현실적으로 적자재정 편성은 불가피한 면이 있다. 실업자 구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정리, 산업조직을 살려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한 예산 등 재정지출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반대로 심각한 경제난으로 세수는 줄어 추경을 통해 재정을 적자로 꾸리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그러나 재정이 한번 적자로 편성되면 여간해서는 흑자로 돌이키기 어렵고 또 적자를 메우기 위해 돈을 빌려 풀게 되면 인플레가 발생해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된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사전에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적자의 규모와 용도가 적정한 것인지에 대해 명확한 규명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 정부가 세출을 줄이기 위해 얼마만큼 노력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알려진 것처럼 산하기관이나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으로 재정이 펑펑 새어 나가고 있는 터에 지금처럼 쓸 것을 다 쓰고 모자라니까 적자살림을 꾸리겠다면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재정확대 목적 중 하나인 실업자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실업자의 구성과 지역별 분포에 대한 통계조차 없이 인심만 쓰는 식으로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는 비판은 정부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재정의 씀씀이부터 줄여야 한다.
자금의 조달방법도 효과와 부작용을 감안해 면밀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세수확대 국채발행 국유재산매각 등 적자를 메우는 방법을 놓고 우선순위 결정에 신중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세수확대는 한계가 있다. 국채발행의 경우 자금시장에서 소화시키는 방법과 한국은행이 인수토록 하는 방법이 있으나 시장에 채권을 매각할 경우 기업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된다. 한은이 인수하고 돈을 정부에 줄 경우 막상 통화조절이 필요할 때 엄청난 통화공급 경색에 부닥치게 된다. 인플레도 부수적으로 발생할 부작용이다. 가장 부담이 적은 방법은 역시 공기업을 매각하는 것이다. 정부는 국채발행에 앞서 공기업의 매각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부처이기주의에 끌려다니지 말고 단호하게 공기업을 팔아 국민부담을 줄여야 한다.
어차피 적자재정 편성이 불가피한 현실이고 보면 국민도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내수진작에 도움이 되는 건전한 소비외에 낭비는 없어야 한다. 나라살림이 적자시대에 들어가면 나타날 결과는 간단치 않다. 환란의 진짜 고통은 지금부터가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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