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소식없는 北行소떼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53분


젖소가 일반소보다 ‘잘 나가던 시절’이 있었다. 한창 낙농붐이 일던 80년대 중반 2개월된 젖소 한마리는 84만원, 같은 나이의 송아지는 35만원대였다. 지금은 완전 역전되어 일반 송아지는 43만원대, 젖소 송아지는 20만원대라고 한다. 그것도 생후 5,6일된 젖소 송아지는 보통 애완견 한마리 값의 반도 안되는 8만원선이라니 젖소신세가 말이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는 젖소시세까지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 우유소비가 줄어 재고는 쌓이는데다 사료값은 턱없이 올랐다. 소비를 늘리기 위해 국내 제과 제빵에 국산분유를 사용토록 아무리 권장해도 과자와 빵이 전처럼 팔리지 않는데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축산농가들은 이제 젖소 마릿수를 줄이는 방법까지 강구하는 모양이다. 그러다보니 버티지 못한 낙농가들의 퇴출현상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북한의 경우 젖소는 통계가 없으나 일반소는 56만7천마리인 것으로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밝히고 있다. 일반소 2백80만마리, 젖소 56만마리인 남한에 비하면 북한의 소는 희소가치가 큰 셈이다. 더구나 북한은 가축중 유일하게 소를 생산수단으로 규정해 협동농장이나 국영농장 소유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를 국유로 전환했다는 소문마저 들린다. 젖소입장에서 보면 얼마전 북한으로 간 소떼가 부러울지 모른다.

▼그러나 북으로 간 소떼는 소식이 없다. 북한 어디에 한데 모여 있는지, 뿔뿔이 흩어져 있는지 남녘 실향민들에게는 그 우공(牛公)들의 행방이 궁금하다. 아직도 트럭에 실려 두눈을 껌벅이며 판문점을 넘던 모습이 생생하다. 북한측은 당연히 소떼소식을 전해주어야 한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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