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요원인 LG 김선진(31)과 삼성 김종훈(26)은 요즘 하루 하루가 즐겁다. 주전인 서용빈 신동주에겐 미안하지만 이들이 죽는 바람에 모처럼 신바람이 난다.
‘오뚝이’ 김선진. 지난달 30일 현재 0.327의 타율에 팀내 3위인 7홈런. 95년의 9홈런 39타점이 그동안 최고성적이었으니 요즘은 펄펄 날고 있는 셈이다.
그의 야구인생은 기다림으로 점철돼왔다. 89년 연세대 졸업→어깨부상으로 스카우트 외면→1년의 ‘백수’ 생활 끝에 어렵게 LG에 입단.
입단 후에도 잊혀진 존재로 퇴출대상이던 그는 94년 태평양과의 한국시리즈 개막전에서 결승홈런을 터뜨리는 바람에 목숨을 부지했다.
이후 다시 3년간의 침묵. 끝날 것 같던 그의 야구인생은 올겨울 붙박이 1루수 서용빈이 교통사고로 다치는 바람에 전기를 맞았다. 최근 5경기 타율이 0.476. 이젠 서용빈이 돌아와도 겁나지 않는다.
김종훈. 그는 지금 주전자리를 꿰찬 기분이다. 94년 롯데에 입단한 뒤 별볼 일 없이 지내다 지난해 6월 삼성으로 옮겼지만 경기 막판 대타로 얼굴을 내미는 것이 전부.
‘올해도 인정받지 못하면 끝장’이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덤벼들었던 동계훈련. 그렇기에 더 열심히 뛰었고 배트를 휘둘렀다. 시범경기 0.474의 타율로 2위.
약점이던 변화구 공략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신동주가 깊은 부진에 빠진 것이 그에게는 기회. 주전 좌익수로 출장하면서 5년간 가다듬은 방망이가 춤을 추기 시작했고 최근 5경기 타율이 0.318. 양준혁에 버금가는 고타율이다.
‘사람 팔자 알 수 없다’고 했던가. 이제 김선진과 김종훈에게도 ‘쨍’하고 해가 떴다.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