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인 프랑스가 성공리에 대회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전통적으로 ‘우방’보다는 ‘숙적’에 가까웠던 한국과 일본이 과연 어떻게 2002년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낼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2002년 월드컵조직위원중 한 사람인 연세대 최정호(崔禎鎬)교수가 전하는 두가지 사례는 그런 점에서 여러가지를 시사해 준다.
프랑스 한국대사관에는 얼마전 일본 나가노시의 한 중학생으로 부터 미화 1달러가 동봉된 한 통의 영문편지가 전달됐다.
이 중학생은 “나는 한국축구와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에 프랑스에 가서 한국을 응원하고 싶었지만 학교 때문에 가지 못했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한국이 많은 경기에서 이겨 세계에서 넘버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한국팀의 배지를 기념으로 갖고 싶으며, 괜찮다면 나와 같이 축구를 하는 다른 친구들 몫까지 세개를 보내주면 고맙겠다는 ‘애교섞인’요청도 곁들였다. 6월23일자 아사히신문 독자투고란에 실린 어느 40대 여교사의 독자투고도 마찬가지.
양국의 16강 진출이 좌절된 채 마지막 경기만을 남겨두고 쓴 이 글은 예선전 도중 먼저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낸 한국의 ‘붉은 악마’가 “함께 프랑스에 가자”고 일본팀을 열렬히 응원해준데 대한 감격과 감사의 내용과 함께 좀더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의 경기를 응원해 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이었다.
월드컵은 ‘총성없는 전쟁’이자 ‘애국심의 대리전쟁’이다. 하지만 활용하기에 따라서는 ‘화해의 사절’이자 ‘평화의 사도’가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공은 둥근 모양이다.
오명철<사회부차장>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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