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여성최초 경찰서장

  • 입력 1998년 7월 1일 19시 40분


▼경찰서장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강인해야 버틸 수 있는 자리다.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치안수요가 워낙 많아 서장들은 경찰서에서 숙식하는 것이 보통이다. 내의까지 사무실에 갖다 놓고 근무할 만큼 격무다. 대학이나 산업체를 끼고 있는 곳에선 시위진압이 큰 고역이다. 중소도시에서는 기관장으로서는 물론 지역현안에 관해 목민관(牧民官) 역할까지 해야 한다. 서장은 ‘경찰의 꽃’이지만 그렇게 어려운 자리다.

▼그런 자리에 여성이 최초로 임명돼 화제다. 충북 옥천서장에 임명된 김강자(金康子·52)총경. 71년 순경에 임용된 후 27년만이다. 이번 일은 전국 여경 1천5백여명의 승리이기도 하다. 때마침 1일부터 7일까지는 여성주간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빛난다. 그는 ‘횡설수설’자에게 “여성 특유의 모성애로 주민들을 정성껏 따뜻하게 모시겠다”고 다짐했다. 모성애가 민생치안에 어떤 위력을 발휘하게 될지 기대된다.

▼모성애라는 이색 무기를 들고 나온 김총경은 사실 남성 못지않은 강인함을 지녔다. 우선 태권도 3단에 사격솜씨는 항상 90점 이상으로 A급이다. 서울시내 4개 경찰서 방범과장 재직때는 언제나 최상위권의 범죄예방 실적을 올릴 만큼 억척스러운 면모를 보였다고 한다. 정보 교통 경호 민원봉사 성폭력상담 등에도 폭넓은 경력을 쌓아 일단 서장 자질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한편 행정자치부는 여성공무원의 채용목표제를 확대해 내년에 20%로 높일 계획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을 넓히기 위해 인위적으로 채용비율을 정하는 것도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남성 못지않은 전문성과 실력을 기르는 여성 자신들의 노력이다. 그렇지 못하면 역(逆)불평등이란 비판을 듣게 된다. 그 점에서 김총경의 사례는 값지다.

육정수<논설위원〉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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