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등터지는 中企]2만여社 줄도산 위기

  • 입력 1998년 7월 1일 19시 48분


‘추락하는 중소기업은 날개가 없다.’

지난달 18일 55개 부실기업의 퇴출 판정에 이어 29일 5개 부실 은행의 퇴출. 정부와 은행권은 이달말에는 부실 중소기업도 퇴출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러나 연이어 터지는 메가톤급 퇴출 대란으로 인해 정작 중소기업체들은 대량 도산 위기에 몰리고 있다.

1일 금융감독위원회 및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에 따르면 55개 퇴출기업에 물건을 납품해온 중소협력업체는 무려 2만여개. 이들 업체중 대부분은 퇴출 발표로 하루아침에 납품액을 회수할 수 없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위기에서 벗어날 틈도 없이 이번엔 은행 퇴출이란 장벽에 가로막혔다.

퇴출은행 중 대동 동남 경기은행 대출금의 80% 이상이 중소기업 대출인 만큼 은행퇴출의 가장 큰 피해자도 중소기업들이다.

29일 은행퇴출 발표이후 이들 은행과 거래해온 중소업체들은 퇴출은행이나 인수은행측으로부터 상업어음 결제, 할인, 신규대출은 커녕 예금 입출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5개 퇴출은행에 담보를 설정하고 대출받은 업체는 최소한 3만개. 대출금은 총 10조5천7백억원, 상업어음 할인 규모만도 1조4천7백억원에 달해 중소기업의 자금경색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다.

대동은행과 거래해온 대구 지역의 Y기업 대표는 “경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한 퇴출이라면서 왜 중소업체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되느냐”며 “인수은행에 담보를 재설정하고 예전처럼 어음을 할인하기 위해 기다리다가는 일주일도 못가 도산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설상가상으로 IMF체제 이후 원자재구입을 위한 어음 결제마저 어렵다.

작년 10월 중소기업체들의 원자재구입시 현금결제비중이 19.4%였던데 비해 5월에는 56.4%까지 높아져 자금압박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원자재가격도 같은 기간에 39.5%나 올랐다.

부산 D사 대표는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도 열심히 일했는데 퇴출이다 뭐다 난리통을 겪으면서 종업원 월급도 못줬다”며 “이런 식으로 구조조정을 하다가는 살아남을 중소기업이 어디 있겠느냐”고 항변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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