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시티 오브 엔젤’속의 천사 세스(니콜라스 케이지 분)는 이 모든 것이 궁금하다. 천사치고는 호기심이 좀 많지만 기본적으로 천사는 영원불멸이기 때문에 두려움도, 고통도 없었다.
그러나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되자 문제는 달라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다면 영원하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시티 오브 엔젤’에서 세스가 하는 일은 죽은 이를 하늘로 데려가는 것이다. 영어 제목에서는 ‘천사’지만 우리 식으로 치면 저승사자에 가깝다. 입고 있는 옷도 노상 검은 색이다.
그가 수술실에서 만난 외과의사 매기(멕 라이언)의 눈망울에 반한다. 자신이 수술한 환자가 죽자 의사로서의 능력에 회의를 느껴 ‘LA의 잠 못 이루는 밤’에 시달리는 여자다.
매기를 돕기 위해, 자신의 전부를 포기하더라도 그 사랑을 얻기 위해 세스는 인간이 되기로 결심한다. 방법은 고공추락. 마치 왕자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은빛 꼬리를 잘라버리는 인어공주처럼.
그리고…짧은 행복.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로 이어지는 김종환의 노래 ‘사랑을 위하여’를 연상케 하는 약간의 신파조와 함께.
빔 벤더스감독의 ‘베를린 천사의 시’를 리메이크했다지만 인간을 관찰하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인간이 된 천사에서 모티브를 따온 점을 제외하고 닮은 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천상의 세계에서 지상을 보는 진지한 철학적 시선 대신 ‘할리우드식 당의정’을 빌어 왔기 때문.
수술복을 입고 나와도 여전히 귀여운 멕 라이언, 소처럼 순한 눈을 꿈벅이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매력이 돋보이는 최루성 로맨틱 멜로라 보아야 옳다. 미국의 비평가들은 연인과 함께 봐야 하는 ‘데이트 필름’이라고 이름붙이기도 했다.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은 존 실의 영묘(靈妙)한 카메라는 눈여겨 봄직하다. 해 뜨는 모습을 보기 위해 천사들이 바닷가에 줄지어 선 장면, 햇살이 쏟아지는 길에 두 팔을 벌린채 자전거를 타는 멕 라이언의 모습 등 부감(俯瞰·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과 클로즈 업으로 풍미를 더한 영상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역시 ‘잉글리시 페이션트’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한 가브리엘 야레, ‘가을의 전설’로 아카데미 미술상 후보에 올랐던 릴리 킬버트 등 베테랑 제작진이 모여 만들었다. 인간을 보는 천사의 눈이 그대로 관객의 시선으로 옮겨지도록 섬세하게 연출한 브래드 실버링감독 덕분에 우리 곁에 어떤 천사가 와 있는지 자꾸 돌아보게 된다. 17일 개봉.
〈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