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직접 차를 모는 외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로는 네거리에서 차들이 이리저리 얽혀 오도가도 못하는 현상도 있다. 앞에서 차들이 빠지지 않고 있는데도 파란신호가 켜졌다는 핑계로 꾸역꾸역 차를 진행시켰다가 신호등이 바뀌면서 네거리에 멈춰서서 반대편에서 오는 차량의 진행을 막는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경우 차를 진행시키지 않고 다음 신호를 기다리는 것이 운전자의 기본상식이다.
▼한국을 관광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으면 ‘교통혼잡’이라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의 고궁이나 탈춤 또는 음식 대신 교통혼잡이 외국인들의 뇌리에 더 강한 인상으로 남는다면 문제다. 최근 한 연구원이 수도권에서 손수운전을 하는 주한외국인 1백76명을 대상으로 자국의 교통문화 수준을 1백점으로 했을 때 한국교통문화를 평가하라고 했더니 평균 40점이라는 답이 나왔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스스로도 낙제점을 주고 있다. 교통안전공단과 녹색교통운전이 전국 13개 도시의 교통문화지수를 평가한 결과 1백점 만점에 50점이 넘는 도시는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등록차량은 1천만대. 외형상 ‘자동차선진국’이 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교통문화수준이 이렇게 낮으니 마치 누더기 속옷에 양복을 걸친 꼴이다.
김차웅<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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