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서 생활하다 며칠전 귀국한 J군은 점심시간에 화장실로 불려가 20여명의 학생들이 ‘구경’하는 가운데 다른 반 학생으로부터 머리를 두들겨 맞았다.
하지만 아직은 고국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게 기쁘다는 J군.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지만 앞으로 학교 친구들과 친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고 ‘의젓하게’말한다.
그러나 기자가 학교를 찾아가 사건을 조사한 교사들과 대면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학교측의 둔감한 인식에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애들끼리 투닥거린 걸 갖고…. 별 일 아니에요.”
그 뒤로 1시간 가량 ‘언론이 가만 있으면 아무것도 아닐 일’을 두고 교사들과 설전을 벌여야 했다.저녁에는 “그렇게도 기사거리가 없어서 이런걸 다 취재하느냐”는 교장의 면박도 들었다.
하지만 가해학생의 어머니가 “아들의 얘기를 들어봤지만 도대체 싸운 동기는 나도 이해가 잘 안되더라”고 털어놓듯 학교에서 사춘기청소년들을 올바로 이해하고 지도하는것은 ‘늘’절실하고 어려운 문제다.
‘학교 폭력’에 아들이 희생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김종기이사장은 “학교폭력은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않기 때문에 근절이 어렵다”면서 “학교와 교사마저 불이익이 두려워 사건을 감춘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교단의 폐쇄성과 안일한 인식은 또 다른 ‘학교의 폭력’이나 다름없다. 오늘도 수많은 J군이 또다른 이지메를 당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이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