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대표팀 의상을 입고 나온 6백여명의 미국 어린이는 경기가 시작되기 전 ‘비운의 축구선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콜롬비아)에 대한 추도식을 가졌다.
에스코바르는 4년 전 이날 보고타의 한 나이트클럽을 나오던 중 ‘골’ ‘골’을 외치며 총을 쏜 괴한들에게 12발을 난사당하며 숨을 거뒀다. 당시 나이 27세.
에스코바르의 ‘죄목’은 94미국월드컵 예선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살골을 기록한 것.
이날 추도사를 한 콜롬비아출신 사업가 쿠엘라는 당시 뉴욕에서 어린이 축구클럽을 운영하던 중 에스코바르의 피살 소식을 듣고 클럽 이름을 ‘안드레스 에스코바르 축구클럽’으로 고쳤다.
“축구는 즐기기 위한 스포츠일 뿐입니다. 이기는 법도 배워야 하지만 비기거나 지는 법 역시 배워야 합니다. 어린이들에게 이것을 꼭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이날 미니월드컵에는 에스코바르의 사촌동생 에르네스토 벤코스모(12)도 참가했다. 형의 피살 이후 야구에서 축구로 전향한 그는 지난 겨울 연습경기에서 자살골을 기록했다.
“자살골 순간 나와 눈길이 마주쳤습니다. 가슴에 미어져 오더군요. 경기가 끝난 후 나는 잊으라고 말했습니다. ”
쿠엘라는 이날만이라도 에스코바르를 기억해주길 원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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