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남찬순/따져야할 북측태도

  • 입력 1998년 7월 3일 19시 26분


지난달 22일 동해에 침투했던 북한 잠수정 승조원 시신 9구가 북측에 송환됨으로써 사건이 대충 마무리되려는 듯한 분위기다. 북한군 시신을 돌려주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도 꼭 흠잡을 일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측도 이번에는 사건을 조기수습하고 가급적 남북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는 조심스러운 자세를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여기서 적당히 끝내서는 안된다. 북한이 잠수정침투 사실을 시인,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등 나름대로 성의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이번에도 북한에 속는 셈이 된다.

북한이 강릉 잠수함침투사건에 유감을 표명한 것이 채 2년도 안됐다. 또 ‘우리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시치미를 떼거나 아리송한 표현으로 사과 아닌 사과를 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정부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대북(對北) 햇볕론이 아무리 효과를 거두고 있다 해도 그 햇볕론 때문에 안보현실을 착각해서는 안된다. 침투도발이라는 용어도 그렇지만 애써 사건의 강도를 완화하려 한 정부의 자세는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엿보였다는 당국자의 설명에도 햇볕론에 가린 자의적 해석의 여지는 없는지 모르겠다. 시신을 돌려받은 북한측이 엉뚱한 얘기를 해도 사과를 한 것으로 해석하는 과잉선의가 있어서는 곤란하다.

▼북한의 시인과 사과는 명시적이어야 한다. 앞으로는 절대로 유사한 일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을 이 기회에 분명히 받아둘 필요가 있다.

모처럼의 대화분위기를 저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이 정도로 덮어두자’며 미봉(彌縫)하려 해서는 안된다. 오히려 따질 것은 분명히 따지는 것이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위해서도 좋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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