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된 원인은 많은 학생들이 전공에 관계없이 고시공부나 취직시험에 매달리는 데 있다고 한다. 서울대는 순수학문을 거의 포기한 고시학원 취직학원이라는 자기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지난해 서울대 출신 사법시험 합격자 2백56명중 비(非)법대 출신은 60명이었지만 수험생은 훨씬 많다. 다른 고시를 합치면 더욱 심하다. 고시열풍 때문에 강의가 이뤄지지 않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하는 교수가 하나 둘이 아니다.
▼단과대별로는 농업생명과학대의 학과 외면이 가장 두드러진다. 재학생의 무려 45.2%(1천2백16명)가 성적경고를 받았다. 수의학과는 46.7%(1백34명)나 됐다. 혹시라도 처음부터 학과보다 서울대라는 간판을 선택한 학생들의 갈등을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절못된 ‘간판주의’의 아픈 부작용이 아닐 수 없다.
▼일본 도쿄대 하스미(蓮實)총장은 도쿄대출신 고시엘리트들이 뇌물 스캔들의 주역이 된 현실을 개탄했다. 우리 형편도 덜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사회가 발전하려면 다양한 인재가 나와야 한다. 그런데도 수재들이 고시에만 몰리는 것은 국가적 불행이며 개인으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배우자가 그렇듯이 진로도 30년 정도는 내다보고 정해야 한다. 학생 대학 교육당국의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이낙연<논설위원〉naky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