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A그룹도 올초 내놓은 계열사 사옥이 팔리지 않아 속을 태우고 있다. 서울 강남에 자리잡은 8층짜리 이 건물의 시가는 70억∼80억원.
A사는 건물이 비워 있으면 더 잘 팔릴 것 같기에 직원들을 모두 철수시켰다. 그러나 기다려도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매각은 포기하고 임대비라도 벌려고 세를 내놓았다. 한달만에 외국업체인 B사가 임대의사를 밝혀왔다. 대신 B사는 갖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냉방 시설이 미흡하다. 에어컨을 새로 설치해달라.”
임원실로 사용하던 3층의 벽을 터 달라는 등 인테리어에 대해서도 요구가 많았다. A사는 모처럼 찾아온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고 순순히 응낙했다.
그러나 요구조건만 들어주면 곧 계약을 할 것 같던 B사는 계약서 사인을 미적미적 미루기만 했다.
“유럽의 본사까지 가서 결재를 받아야 한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두달반이 흘렀다. 최근 확인해보니 B사는 지은지 얼마 안된 다른 건물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A사측은 “평당 임대료가 수백만원인 건물을 넉달째 ‘빈집’으로 놀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허탈해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IMF체제 이후 기업들이 내놓은 부동산 매물 규모를 50조원 이상으로 추산한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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