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일본이 저지르는 실수를 본받지 말라고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은 일본의 실수를 하나도 빠짐없이 따라왔다는 것이다. 독점자본가, 즉 재벌에 의한 관료주도의 수출드라이브, 정경유착, 극소수의 세력 있는 부자가 국부를 독점하는 현상, 국내산업의 과잉보호, 관치금융 등등.
그는 이미 40년전에 일본에 대해 무역흑자를 계속해서 너무 많이 내면 그것은 호랑이 등에 탄 것과 같다고 경고한 바 있다. 1970년, 즉 30년 전에는 한국에 대해서도 이대로 가면 일본과 똑같은 모순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수출드라이브에 도취된 우리의 지도층은 들은 척도 안한 것이 사실이다.
둘째, 한국 정부가 2년내 구조조정이 끝나고 새로운 경제질서가 완성되면 2000년부터는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는데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였다.
1929년 미국의 대공황 때 대도시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은 경우까지 있었는데 한국도 IMF위기를 극복하기 이전에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극단적 상황까지 상정(想定)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한국 경제는 수출환경, 특히 일본 엔화의 변동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엔의 동향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루빈 미 재무장관이 “엔이 1백50 대 1까지 하락해도 무방하다”고 말한 것처럼 한국에는 알려져 있지만 루빈장관이 한 말은 엔이 1백50 대 1로 떨어져도 미국으로서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한 것이 잘못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엔이 1백50 대 1 가까이 되면 중국은 위안을 평가절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가장 난처하게 되는 것은 한국이다. High end(선박 자동차 등의 중공업 제품)는 일본과 경쟁해야 하고 Low end(신발 봉제 등)는 중국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제품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의미였다.
엔은 왜 떨어지는가. 일본은 구조조정하라는 미국의 간절한 충고를 무시하고 심지어 내정 간섭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나 일본의 은행은 썩은 사과상자와 같고 한국의 금융산업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썩은 사과를 빨리 골라내지 않는다면 모두 썩고 만다. 그런데 일본도 한국도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넷째, 러시아가 IMF 일보 직전에 있는데 러시아가 한국처럼 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힘을 다해 러시아 구출에 전력할 것이다. 그럴 경우 미국이나 EU의 입장에서는 엔저, 위안 평가절하같은 것은 중요치 않은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아마 그 다음 문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높은 이자율 유지 및 구조조정 등 IMF의 요구 사항에 대해 한국내에 여러가지 의견과 반론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이 겪는 어려움은 하늘이 내린 재앙이나 IMF가 가져온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결과로서 고통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며 “IMF식의 접근이 올바르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정부 기업 그리고 국민은 앞으로 오랜 기간을 두고 불황과 내핍에 대처할 각오를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왜냐하면 IMF는 1,2년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 대해서도 그는 부정적 견해를 표시했다. “무역적자를 너무 많이 내고 있어요. 나는 경기가 너무 과열된 미국 경제의 장래를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오.”
마지막으로 새뮤얼슨교수는 “IMF 사태 이후 외국의 투자가가 한국의 은행을 경영권까지 완전히 장악한 경우가 있느냐”고 물었다. “아직 없다”고 하자 “그렇게 외국 자본 유치가 늦어지면 문제 해결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자진 조기 퇴직을 하면 퇴직금 외에 거액의 특별 상여금을 준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정부는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실업자가 편안할 정도로 도와주면 그 나라는 경제회생의 희망이 없는 나라”라고 덧붙였다. 모 퇴출 증권회사에서 정상 퇴직금의 수배를 미리 인출한 사태를 알게 되면 “어느 누구도 한국은 경제회생의 희망이 있는 나라라고 믿지 않을 것”이라고 노교수는 잘라 말할 것이다.
민선식<성균관대 겸임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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