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은행이나 장은증권의 경우 임직원들은 가만히 있어도 소정의 퇴직금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노사합의에 따랐다고는 하지만 합병 또는 휴업 직전에 전격적으로 퇴직위로금을 챙긴 것은 여론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비록 1년치 급여밖에 안된다고 하더라도 당당한 일이라면 왜 그렇게 서둘렀는지 묻고 싶다. 밀린 노임조차 받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며 회사를 떠나는 부도기업 근로자들이 과연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의식수준이 그 정도라면 해당 금융기관이 부실해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지나간 얘기지만 한은 한전 한국통신 등 정부기관 또는 정부투자기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한은은 어찌 보면 환란의 가장 큰 책임소재 기관 중 하나다. 그런 한은이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도 명퇴자들에게 30개월치 급여에 해당하는 위로금을 퇴직금에 얹어 주었다. 한전과 한국통신도 소비자인 국민이 낸 전기료와 전화료에서 같은 비율의 위로금을 지급했다. 매년 공공요금을 올려 온 목적이 결국 위로퇴직금을 주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인가. 수억원씩 목돈을 챙긴 공기업 퇴직자들 중 일부가 예금이자로 불로소득을 챙기는 것은 사회에 위화감을 주는 일이다.
금융기관이나 공기업이 통폐합하거나 임직원을 감축하는 목적은 한마디로 국가경쟁력 제고에 있다. 이런 판에 30개월치씩 뭉텅이 위로금을 나눠가지면서 경쟁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마침내는 선례에 맞추려다 보니 수천억원대의 위로금을 마련하지 못해 인원조정을 할 수 없는 웃지못할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한전이 좋은 예다. 구조조정을 못하면 남는 건 공멸이다. 우리가 지금 그 길로 가는 것은 아닌지 두렵다.
차제에 퇴출 금융기관 임직원의 퇴직금 챙기기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철저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공기업의 거액 위로금 관행도 일반 기업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 용납될 수 있는 일인지 검토되어야 한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의 출발선에서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뤄야 한다. 고통이 어떤 특정계층에게만 주어진다면 환란극복은 요원하다.
구독 281
구독
구독 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