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의 업무는 식품회사나 제약회사 등의 이권과 직결돼 있다.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 판정은 관련기업들에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그동안 업자들의 로비설 등 식약청의 업무와 관련된 온갖 소문이 나돌았다. 이번에 불거진 식약청장의 수뢰혐의는 사실여부를 떠나 시중의 소문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식약청에 대한 신뢰를 크게 떨어뜨렸다.
▼컵라면 용기의 환경호르몬 검출문제만 해도 식약청이 불신을 자초한 셈이 됐다. 당초 식약청은 컵라면용기에서 환경호르몬 용의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이 실험방법이 잘못됐다며 항의하자 재실험을 한 끝에 당초와는 다른 발표를 했다. 환경호르몬 용의물질이 검출되긴 했으나 컵라면을 10분 이내에 끓여 먹거나 전자레인지로 끓이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컵라면용기가 안전하다는 것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사체(死體)보존에 쓰이는 포르말린을 넣어 번데기 골뱅이 마늘장아찌 통조림 10억원어치를 만들어 판 업자들이 검찰에 적발됐는데도 식약청은 검찰수사가 있기 전에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 우리나라 식품안전망에 큰 구멍이 뚫려 있다. 컵라면용기 소동도 그렇고 ‘포르말린 통조림’사건도 그렇다. 도대체 식약청이란 기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김차웅 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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