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슬쩍 농을 치며 봉순이 언니를 흘기듯 보다가 말했다. 아까 선을 보러 나가기 전에 마당에서 승강이를 한 생각이 그제서야 난 모양이었다.
“그래도 만나보니까 시집을 가고는 싶은가 보구나.”
봉순이언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부터 봉순이 언니의 표정은 환해졌다.
“아이구 우리 봉순이가 피니까 정말 봉숭아 꽃 같구나.”
다니러 온 모래네 이모는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모래네 이모의 말에 따르면 그쪽에서는 만사 오케이니 모내기 하기 전에 혼사를 서두르자는 모양이었다.
“글쎄 신랑이 뚱해서 말은 안하는데 보고 와서는 싱글벙글이래. 그래도 시골 농사라 짬이 영 안나서 올라오지를 못하는 모양이야”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큰 일을 단 한번을 보고 결정하는 일이 어디 있대니?”
어머니는 아무래도 꺼림칙한 듯 이모의 말을 내켜하지 않았다.
“시골 사람들 그렇지 뭐. 우리 동서는 얼굴 한번 안보고 결혼 했다는데, 그래두 애들 여섯낳구 잘만 삽디다 뭐.”
어머니와 이모의 실랑이는 그날 이후 간간히 오가기 시작했지만 아무튼 그날 이후로 봉순이 언니의 얼굴에는 화사한 빛이 돌기 시작했다. 하기는 그 빛은 병식이라는 총각을 만날 때와는 다른 빛이긴 했다. 밤마다 오이도 얼굴에 붙여놓고 남진의 노래들을 흥얼거렸으며, 날마다 따사해져가는 봄볕처럼 봉순이 언니의 얼굴에 화사한 빛이 감돌았다. 남자는 바쁜 와중에도 자주 서울로 올라왔고 그럴 때마다 언니는 발그레한 얼굴로, 이번에는 어머니에게 정식으로 허락을 받은 채로 데이트를 하러 나가곤 했다. 물론 이번에는 나를 떼어놓고 다녔음은 물론이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를 만나러 밖으로 나갔던 봉순이 언니가 남자와 함께 집으로 들어섰다. 남자의 손에는 나에게 줄 과자와 닭 한마리가 들려 있었다.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장모 역할을 하게 된 어머니는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지만, 남자를 안방으로 들인 후, 차만 한잔 대접해서 돌려보냈다.
“미리 청해서 온 것두 아니구, 내가 닭은 다음에 잡아줄께. 그리구 어쨌든 여기가 니 친정인데 처음부터 너무 떠받들면 버릇 없어져서 안된다. 아무리 서루 좋아서 하는 혼인이라구 해두 엄연히 너는 처년데, 이쪽에서 너무 받치면 안좋지. 넌 어디까지나 못이겨 끌려가는 척 해야한다. 알았지……. 근데 홀아비 생활을 삼년 했다고 하지만 너무 서두르는구나. 그래도 혼인은 혼인인데 갖출 것은 갖추어야지.”
남자가 돌아간 후 어머니는 봉순이언니를 불러 놓고 그렇게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벌써 둘이서 약속을 한 게냐?”
“…….”
봉순이 언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뭐 사람은 괜찮아 뵌다만 얼굴에 파란 빛이 도는 거 하구, 니들이 사귄 지가 한달 밖에 안된 게 마음에 걸리는 구나”
“곧 바쁜 철인데 그러면 서울 오기두 힘들구, 일손두 부족하니께 지가 가서 좀 도우믄 좋겠구. 거기 있는 애기두 말이 아닌 것 같구.”
<글:공지영>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