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본 경제상황은 일본 국민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아 놓고 있다. 극심한 실업률과 환율폭등 등 일본 경제는 어디를 봐도 성한 곳이 없다. 몇해 전만 해도 알짜 부자로 소문나 세계의 부러움을 샀던 일본이다. 하시모토 역시 미국에 ‘노(No)’할 수 있는 당당한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그가 총리로 재직한 불과 2년6개월 사이 일본은 미국에 도저히 ‘노’라고 할 수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하시모토에게는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참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3년 전보다 무려 13% 이상 높은 58%에 이른 것도 경제실정에 대한 일본 국민의 분노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같이 높은 투표율은 투표마감을 오후 6시에서 8시로 두시간 늘리고 부재자 투표자격을 확대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국민이 하시모토내각에 ‘레드카드’를 내보인 결과라는 평가다.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 국민이 새로운 정치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과 공산당이 약진한 것도 그런 유권자들의 심리 때문이다. 따라서 누가 후임총리가 되든 경제위기의 물줄기를 틀지 못하면 또다시 퇴진할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한시도 공허한 정치공방이나 세력다툼을 벌일 여유가 없기는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다.
〈남찬순 논설위원〉chansoon@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