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조조정 말자는 건가?

  • 입력 1998년 7월 13일 19시 33분


제2기 노사정위의 좌초과정에서 보여준 노동계와 정부의 태도는 매우 실망스럽다. 걸핏하면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걸고 대화의 장을 뛰쳐나가는 노동계나 총파업이 예고될 때마다 원칙에서 벗어난 양보를 일삼는 정부의 태도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도대체 이 나라의 경제주체들은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것인지, 않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부가 공기업과 금융기관의 추가구조조정 때 원칙과 기준 그리고 방향을 협의하자는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은 문제가 있다. 기본적으로 구조조정은 경제를 전체적으로 보는 객관적 차원에서 시장논리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노동계에 사전 설명을 하고 협조를 구하는 자세는 필요하지만 정부가 원칙없는 타협을 한다면 구조조정은 이미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노동계의 요구로 이 방침이 민간기업 구조조정에까지 적용된다면 보통일이 아니다.

노사정위의 위상강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만 해도 그렇다. 구조조정의 효율성 저하를 우려한 정부내 반대의견은 차치하고라도 노동계의 요구에 밀려 특별법을 제정키로 한 과정에 문제가 있다. 파업이 두려워 수용키로 했다면 우선 모양새부터 좋지 않다. 노동계가 자리를 박차고 나갈 때마다 양보를 한다는 악선례를 남길 우려가 있다. 한번은 겪을 홍역인데 정부가 좀더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우리 경제는 강력한 구조조정 이외에 묘약이 없을 정도로 절박한 처지에 있다. 이런 와중에 노동계는 퇴출무효와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나섰다. 구조조정의 요체가 부실기업의 퇴출과 감량경영에 있다면 노동계의 이런 주장은 구조조정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실업문제가 심각하면 심각할수록 노사정은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제전반을 살려 새로운 고용창출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지금 우리경제는 빈사 직전의 벼랑에 서있다. 자동차업계만 해도 수출과 내수부진으로 10만대 이상의 재고가 쌓여 있으며 가동률은 50%에도 못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수많은 납품업체들이 도산을 하는 터에 노동계는 오늘과 내일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파업으로 무엇을 어쩌자는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사회적 공감을 얻기 어렵다. 구조조정의 목표는 경쟁력 강화에 있고 이 과정에서 인원정리는 필요악적 선택이다. 고용이 생존권에 관한 절대적 명제라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근로자의 생존권에 앞선 것이 국가 전체의 생존권이다. 나라경제가 살아야 노동생존권도 지켜질 수 있다.

절체절명의 국가과제인 구조조정에 실패한다면 국제통화기금 체제의 극복은 요원해진다. 그로 인한 고통의 장기화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노정 양측의 지혜와 이성적인 자세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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