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인 수사 주목한다

  • 입력 1998년 7월 14일 19시 28분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이 이른바 ‘장수홍(張壽弘)리스트’에 정치인들이 포함돼 있음을 직접 확인함으로써 이 사건 수사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김총장은 청구그룹 장회장이 정치인들에게 돈을 주었다고 진술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단계라고 밝혔다. 그동안 무성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소극적 태도로 일관해온 검찰이 돈 받은 정치인들을 끝까지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일단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일부에선 명백한 물증이 나오면 해당 정치인들을 소환 조사하겠다고 한 김총장의 발언에 숨은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정말 제대로 수사해 진상을 숨김없이 밝히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대선자금 또는 정치자금의 성격이 있어 경우에 따라서는 덮어둘 수도 있다는 뜻인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정치인수사를 할 때마다 중립성을 의심받아온 터라 이런 의구심도 무리는 아니다. 만약 어떤 정치적 의도가 개재돼 있다면 검찰의 위상은 또한번 큰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장회장의 진술만 나와 있는 상태라는 김총장의 말이 맞다면 지금 단계에서 관련 정치인의 이름을 공개하기 어렵다는 검찰의 입장은 이해할 만하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함에 있어 어느 한사람의 진술만으로 객관적 ‘사실’여부를 확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은 장회장이 진술한 정치인에 누가 포함되고 그들이 무슨 명목으로 얼마씩 받았는지 궁금해 하고 있다. 검찰은 냄새만 피울 게 아니라 철저히 수사해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정치인 명단과 혐의내용을 국민 앞에 소상히 공개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 수사과정이 성역 없이 엄정해야 함은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이번 청구 관련 정치인수사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 여부를 재는 또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검찰로서는 독자적 수사영역을 넓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가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 있다. 관련 정치인들 역시 그들 주장대로 돈받은 사실이 없다고 한다면 자진해서 검찰의 진상규명작업에 적극 협조해야 마땅하다.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사인 정치권 개혁과 맞물려 있는 중대사안이다.

검찰은 차제에 ‘김선홍(金善弘)리스트’와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선정 비리 관련 정치인 명단도 속시원히 공개하기 바란다. 소문만으로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종잡을 수가 없다.

정치인이 특정 기업에서 받은 돈의 성격이 대가성 뇌물인지 정치자금인지를 따지는 것은 다음 문제다. 돈이 오간 사실을 우선 명백히 밝혀내는 것이 검찰의 일차적 임무다. 검찰 수사에 한점 의혹이 없기를 기대하면서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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