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발투수’는 ‘알록달록 머리를 물들인 남자’ 최향남.
그렇지 않아도 ‘새가슴’으로 혹은 ‘향기로운 남자’로 끊임없이 화제를 뿌렸던 최향남은 엉뚱하게도 이번엔 ‘머리염색 소동’으로 또 그 진가(?)를 발휘한 것.
문제의 발단은 이렇다. 후반기 첫경기인 11일 잠실 한화전에 LG 선발투수로 예고됐던 최향남이 끝내 경기장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올시즌 8승으로 김용수와 함께 팀내 최다승을 달리는 그의 갑작스런 결장은 LG전력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 최향남은 이날 결장으로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5일간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결장 이유는 샛노랗게 머리에 물을 들여 천보성감독이 등판을 금지한 것. 이미 이보다 하루전인 10일 LG 코칭스태프는 눈이 휘둥그레 벌어졌다. 연습장에 나타난 최향남이 머리 가운데 부분만 노랗게 물들여 마치 ‘고속도로’를 연상시키는 이상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나타났기 때문.
천감독은 “머리를 원상복구하지 않으면 11일 출장시키지 않겠다”고 말했고 최향남은 경기 당일 머리 전체를 물들이고 나오는 것으로 대꾸했다. 자칫하면 항명파동이라도 날듯하던 상황은 그 이틀 뒤 싱겁게 끝났다. ‘새가슴’ 최향남이 결국 머리를 검게 ‘재염색’하고 나타난 것.
‘중간계투’는 ‘빡빡머리’ 신윤호.
신윤호는 최향남이 머리를 물들이고 나타난 10일 율 브리너처럼 머리를 박박 밀고 나타났다. 이유는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서”. 신윤호는 5일 부산 롯데전에서 조경환에게 만루홈런을 맞은 뒤 삭발식을 가졌다. 귀고리와 민둥머리가 어우러져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인 신윤호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다.
또 한명. ‘마무리’ 임선동. 시즌 4패로 1군 잔류냐, 2군 강등이냐는 저울 위에 올라 있는 임선동은 앞머리카락을 물들이는 이른바 ‘브리지’라는 것을 했다.
지난해까지 이상훈의 갈깃머리에 골치를 앓던 LG구단으로서는 또다시 머리문제가 나오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상훈이 떠나자 옳다구나 ‘단발령’을 내린 구단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꼴. 더구나 경기 승패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는 투수들이 말썽을 피운다는 것.
LG구단의 한 관계자는 “신세대 선수들의 개성을 살려주자니 팀 분위기를 해칠 것 같고 또 강제적 규제를 하자니 프로선수라는 사실이 무색하다”며 난감함을 표시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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