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장원/포장재 규제강화는 당연

  • 입력 1998년 7월 14일 19시 28분


최근 환경부의 ‘자원 재활용 법률 시행령’ 등의 개정안을 둘러싸고 관련 부처와 업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업계는 환경부의 포장 방법 규제 강화 및 합성수지 포장재 감량화 지침 강화가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플라스틱업계의 활로를 막고 특정 산업을 말살시키는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환경부의 이러한 일련의 정책은 어느 특정 산업을 말살하려는 것이 아니라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전체 생활 쓰레기 발생량 중 포장재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35%를 넘어섰다.

▼ 플라스틱 유해성 검증

다른 일반 쓰레기는 해마다 줄고 있는 반면 포장재 쓰레기는 매년 약 8% 이상 증가하고 있다. 또한 거의 전량 매립되는 플라스틱이 연평균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플라스틱 포장재에 대한 규제 강화는 당연한 일이다.

플라스틱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선진국에서도 매우 유해한 물질로 간주해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OECD 및 유럽연합(EU)의 ‘용기 폐기물 지침’을 보면 1회용 용기의 경우 사용 자체를 억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수회 반복 사용이 가능한 용기의 이용을 증가시키기 위해 반복사용 용기 의무사용 가이드라인을 법으로 정해 1회용 용기 생산의 감소를 유도하고 있다.

한편 1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일본은 이미 90년대 초부터 전국 1천8백여개의 쓰레기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로 심각한 사회 파동을 겪고 있다. 다이옥신은 쓰레기 소각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염소나 염화화합물을 포함하는 물질을 불완전연소시킬 때 발생한다.

독일에서는 쓰레기 소각시 다이옥신 유발을 피하기 위해 사전에 플라스틱류를 선별 처리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환경호르몬’이라 하여 동물에게 치명적인 내분비계 장애 물질이 음료캔 스티로폼 용기 등 1회용 식품포장용기에서 검출되었다는 보고가 있어 많은 시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플라스틱의 유해성은 이와 같이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검증되고 있다.

또한 플라스틱은 재활용 용도 및 처리 기술에 한계가 있어 재활용률도 극히 낮다. 최근 고형 연료화 기술 도입을 통한 폐플라스틱 재활용이 모색되고 있지만 이는 과다한 설치 비용과 회수비 운반비 등으로 경제적 타당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억지로 재활용하려고 어마어마한 비용을 국가가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춰 포장재에 대한 환경부의 규제는 강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부의 이번 포장재 규제 강화 움직임은 장기적인 국가폐기물관리 종합계획에 의거해 생산단계에서부터 폐기물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관련 업계에서는 단순히 플라스틱이 무해하고 재활용이 잘 된다고 억지 주장을 할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재생가능한 단일 재질로 생산을 유도하고 독성이나 유해가스를 발생시키는 재료를 무해한 재료로 바꾸는 기술과 재사용이 가능한 용기 개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업계를 살리는 대안이 될 것이다.

또한 정부도 이같은 규제 조치가 생산단계에서의 폐기물 발생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도록 친환경적인 대체 포장재 생산기술 개발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포장재의 재사용 의무 품목을 확대해 음료용기류를 포함시키고 리필제품 생산 의무율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1회용과 반복사용 용기의 가격차를 조정하고 다양한 홍보와 인센티브제 도입 등으로 반복 사용 용기의 소비를 촉진시키는 방안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재사용 용기 개발해야

발생한 폐기물에 대해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 재사용이 쉬운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제품 사용 후 회수와 재활용 의무 부과를 확대하는 선진국의 추세를 충분히 고려해 제품 포장 방법 및 포장재 재질 기준 강화, 포장 용기의 재사용률 확대, 폐자원의 원료 사용 의무율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나아가 대량 생산되고 있는 1회용 포장재의 위해성이나 안전성을 명확히 밝히고 정책적인 대안을 제시해 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주어야 할 것이다.

장원(녹색연합사무총장·대전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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