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더 타임스]「다이애나 기념공원」재고해야

  • 입력 1998년 7월 14일 19시 28분


다이애나 전 영국왕세자비는 생전에 고아, 지뢰의 희생자, 노약자들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임으로써 만인의 사랑을 받았다.

그녀의 거처였던 켄싱턴궁 뒤의 공원을 1천만파운드(약 2백20억원)를 들여 27에이커 규모의 ‘다이애나 기념공원’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은 절대 고인을 기리는 옳은 방법이 아니다. 그런 발상은 다이애나가 생전에 행한 활동의 정신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시민공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한 위원회의 위원장인 고든 브라운은 ‘다이애나 망령’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의 로비에 굴복했거나 이런 계획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브라운은 공원조성비용인 1천만파운드가 겨우 착수금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시민공원이 있으면 그에 따른 주차장도 만들어야 하고 인근에 편의시설도 또 지어야 할 것이 아닌가.

결국 1에이커당 2백70만파운드가 들어갈 이 시민공원은 어린이 놀이터, 비밀정원, 시각장애인을 위한 향기나는 길, 배를 띄울 수 있는 호수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질 계획이라고 한다.

다이애나를 위한 기념공원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는 이미 있는 공원에 그녀의 이름을 붙여 기리는 것으로도 족하다. 이 경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당초 예산으로 잡은 1천만파운드의 돈은 다이애나가 생전 관심을 가졌던 사업에 써야 한다. 예를 들어 맹인인도견 보급이라든가 고아원 및 병원건설이 그것이다. 이런 사업은 호수에 배를 띄우는 것보다 훨씬 보람있을 뿐만 아니라 생전 그녀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정리〓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