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한참 지나 아궁이에서 시커멓게 그을린 감자가 하나 툭 떨어져 나왔다. 우린 이상하다 하면서 부지깽이로 그 감자를 꺼내 껍질을 벗겨 먹었다. 아궁이에선 요술 항아리처럼 잘 익은 감자가 하나하나 계속 나왔고 우린 손과 입이 시커멓게 되도록 열심히 감자를 벗겨 먹었다.
시장기가 가신 뒤 솥 안의 감자가 궁금해서 뚜껑을 열어본 순간, 솥 안의 감자는 온데간데 없고 주먹만 하게 뚫린 속으로 불꽃이 새빨갛게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게 아닌가. 물은 붓지도 않고 감자만 넣은채 불을 땠으니 솥에 구멍이 날 수밖에.
부지깽이를 들고 “이놈들”하며 혼쭐을 내던 무서운 외할머니. 도망다니다 붙들려 실컷 두들겨 맞았다. 외할머니는 하늘나라에 가신지 10년이 넘었고 그 막둥이 외삼촌도 40대에 접어들었다. 여름철 햇감자를 보면 지난 추억이 더욱 그립다.
김진명(전북 전주시 호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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