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안미선/생일잔치 생략한 딸아이 대견

  • 입력 1998년 7월 14일 19시 37분


7월1일은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딸 수민이의 생일이었다. 지금까지 늘 친구들을 불러 생일잔치를 해주었다. 생일선물과 케이크도 챙겨주었다. 하지만 올해는 생략했다. 살림이 빠듯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수민이는 생일 며칠 전부터 “엄마 7월만 되면 제 생일이죠”라고 상기시켰다. ‘그래 하지만 올해는 그냥 보내자’라고 마음 속으로 대답했다.

그날 아침. 미역국을 먹이고 “수민아 생일 축하한다”며 뽀뽀를 해주고 학교에 보냈다. 친구를 데리고 오라는 말도 없이…. 외출에서 돌아온 나는 깜짝 놀랐다. 눈은 축복의 빛으로 가득하고 입은 한모금 가득한 웃음을 머금은 채 “엄마 이거요”하며 편지를 내미는 것이 아닌가.

딸애는 편지에 ‘♡’표시를 11개나 그렸다. 금색 한줄, 은색 한줄 섞어 정성들여 쓴 편지 “저를 이렇게 키워 주시고 올바른 습관을 갖게 지도해주셔서 감사해요.” 너무도 대견스러웠다.

교장선생님께서 직접 불러 축하 스티커를 붙여 주셨다고 한다. 물론 다른 학생들도 마찬가지. 또 교장선생님께선 편지지를 한장 주시며 “부모님께 효도편지를 써보는게 어때…”라고 말씀하셨던 모양이다. 나는 감격해서 눈물을 글썽거렸다.

안미선(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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