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 봉순이 언니가 되물었다.
―응.
봉순이 언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등에 업은 아이를 훌쩍 고쳐 업었다.
―여기서 차타구 십오분쯤 가면 있는 아파트루 간대. 연탄 안 때두 스팀이라는 게 나와서 방이 뜨뜻하구 수도꼭지에서 뜨거운 물두 나오니까 목욕탕에 갈 필요도 없구, 그 동네는 계단이 없어서 애들이 자전거두 탈수 있대….
나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철없는 마음이었지만 봉순이 언니에게 이런 말을 늘어놓고 있을 때가 아닌데, 아마 이런 생각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거기가 어딘데?
―몰라, 새로 짓는 집이라는데.
―… 뭐 전화가 있으니께.
봉순이 언니는 이사간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은 어머니에 대한 서운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사를 가서 지역이 바뀌면 전화번호가 바뀐다는 걸 봉순이 언니도 나도 모르고 있을 때였으니까.
―아가 이름이 뭐야?
내가 물었다.
―만식이.
나는 그 촌스러운 이름을 듣자마자 씨익 웃었다. 봉순이 언니가 웃는 나를 들여다 보더니 잇몸을 드러내며 씨익 웃었다. 그때만은 예전의 그 웃음이었다.
―얼라, 우리 짱이 앞니 빠졌네.
나는 얼른 두 손으로 입을 가렸다.
―얼라꼴라리, 우물가에 가지 말어. 붕어새끼 놀라니께.
나는 얼굴이 찌그러지도록 두 손으로 완강히 입을 가리고 있었다. 봉순이 언니가 날 놀리는 소리가, 잠시 그 순간을 우리의 예전으로 되돌려 놓는 것 같았다. 하지만 봉순이 언니의 얼굴에는 다시 어둠이 덮였다.
―엄마가 일하는 애 아직 안 구했다구 하든?
봉순이 언니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몰라.
나는 아주 어린 아이처럼 단순하게 대답했다. 아마도 그녀는 혹시, 하는 희망을 품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우리집으로 다시 돌아와 아이와 함께 우리 집일을 보아주는 희망 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언니의 그 희망을 어머니는 이미 눈치채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언니의 그런 희망이 어머니에게는 공포가 되어 있다는 것을.
―말도 마라. 이젠 일하는 애라면 지긋지긋하다. 게다가 봉순이 그게 언감생심 핏덩이까지 데리구 다시 우리집에 왔으면 하는 눈치를 보이는 거야. 안되지, 마침 그 이사가는 아파트 반장집에서 사람을 하나 구해주겠단다. 아침에 왔다가 일만 해주구 저녁에 가는 아주머니래. 뭐 파출부라구 한대나… 이젠 그런 사람 쓸 거야. 게다가 아파트라는 게 편리하긴 하지만 마당두 없구 이젠 남의 식구가 있는 게 걸기적 거려.
봉순이 언니는 생각에 잠겨 아무말도 하지 않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글:공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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