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 시장에 맡겨라

  • 입력 1998년 7월 16일 19시 38분


원화의 대(對)달러환율이 1천2백원대로 급락하자 외환시장 개입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 당국자와 경제전문가간에도 주장이 엇갈린다. 강봉균(康奉均)청와대 경제수석은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은 외환시장의 개입과 관련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장이 불안해지면 개입할 수도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환율은 어디까지나 시장기능에 맡기는 것이 옳다. 물론 수출만을 감안한다면 환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원화 강세는 수출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최근 원화가치는 약 30% 절상된 반면 우리와 수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대만 싱가포르의 통화는 6.4% 내지 2.0%가 절하되었다. 그만큼 수출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환율 하락의 득실은 수출 한가지만으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수출용 원자재와 자본재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외채 상환과 환차손 부담, 물가에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하반기 재정지출 및 통화공급의 확대로 인플레 요인이 커지고 있다. 환율까지 상승하면 물가불안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적정환율은 탁상에서 결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환율은 외환수급상황과 금리, 외국의 환율변동, 투자자 인식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결정된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인위적으로 환율을 조작하려 들면 시장기능 자체가 왜곡된다. 더구나 우리는 자유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우리의 환율정책에 대한 외국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울 것이다. 그럴 경우 주식과 채권시장의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며 외환시장은 다시 요동을 칠 것이다. 당장 외환시장 개입여부 논란만으로도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금의 환율 하락은 일시적인 외환수급의 불균형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그동안 경상수지 흑자에다 외국환평형기금채권 발행,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위해 차입한 외환 등이 몰려 이른바 달러 가잉여(假剩餘)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환율이 급격히 오를 요인은 수없이 많다. 경상수지 확대도 중요하지만 그 한가지 목표 때문에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서 환율체제를 무너뜨리고 왜곡시켜서는 안된다.

정부는 돈을 여유있게 풀어 환율하락을 막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기왕에 돈을 푼다면 수출금융을 늘리고 수출기업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보다는 외환수수료나 항공화물 운임, 컨테이너세 등 수출비용을 낮춰주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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