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대학농구 「007작전」

  • 입력 1998년 7월 17일 19시 44분


제35회 대학농구연맹전이 열린 16일 잠실학생체육관. 연세대 김남수 코치의 귀에는 이어폰이 끼여있었다. 한양대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틈틈이 그는 왼손을 귀에 댄 채 무언가를 경청하는 것 같았다.

그로부터 바로 등뒤로 20m쯤 떨어진 관중석. 연세대의 최희암 감독이 손을 입에 댄 채 쉴새 없이 무슨 말을 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최감독의 손안에 든 것은 초소형 마이크. 그는 주머니속에 든 워키토키를 통해 김코치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었던 것.

농구코트에 왜 ‘007 작전’이 등장했을까. 바로 4월의 징계사건 때문. 최감독은 MBC배대회에서 김수환의 부정선수 파동과 관련해 1년간 자격정지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벤치에 앉지 못하게 된 최감독이 고심 끝에 워키토키를 동원해 멀리서 김코치에게 작전을 지시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낸 것.

전에도 감독이 징계나 퇴장처분으로 벤치에 앉지 못한 경우는 종종 있었다. 이때마다 단골메뉴는 ‘전령작전’. 이는 사람을 시켜 작전을 벤치에 전달하는 것.

바야흐로 첨단과학의 시대. 농구코트의 ‘007 작전’도 바로 첨단과학의 산물이리라.

〈최화경기자〉bb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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