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재는 대구에 살면서 시 서 화 금(琴) 의(醫) 언변 바둑 장기 등 여덟가지 기예를 능통해 8능(八能)으로 불린 영남 일대의 명인. 유불선(儒佛仙)의 사상을 넘나들면서 멋과 풍류가 넘치는 시를 남겼고 격조높은 문인화와 행서(行書)로 일가(一家)를 이룬 학자이자 예술가였다.
석재는 특히 동아일보사와 관련이 깊다. 동아일보사 창립자인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선생의 아호(雅號)를 지어준 이가 바로 석재.
김성수선생은 1919년 3·1운동후 민족의 대변기관으로서의 신문발간을 구상하며 각 지방 유력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전국을 편력(遍歷)하는 과정에서 석재를 찾아갔다. 그때까지 아호가 없던 김성수선생에게 석재는 그 자리에서 ‘인촌(仁村)’이란 아호를 지어줬다. ‘인촌’은 김성수선생이 태어난 마을 이름. 쉽게 좋은 뜻의 아호를 지어준 셈이다.
석재는 또 1920년 6월30일자 동아일보에 인촌의 사업을 칭송한 시 ‘격려 김인촌 성수 동아일보’(激勵 金仁村 性洙 東亞日報)를 기고하기도 했다.
‘조조환기자가혼(朝朝喚起自家魂·아침마다 외치며 일으키나니 제넋이라)/불시모흔시혈흔(不是煤痕是血痕·먹자취 아니옵고 핏자국이 분명하네)/세간자자행행의(細看字字行行意·글자마다 줄마다 자세히 살펴보니)/설폐순초출고언(舌弊唇焦出苦言·혀 닳고 입술 타는 쓰디 쓴 말이네)’
대구시에 있는 대구화랑에서 13일까지 열렸던 석재 작품집 발간 기념전은 연일 성황을 이루었다. 작품집 문의는 서울 이화문화출판사 02―738―9880.
〈허 엽기자〉 he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