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스네이크 아이」주연 니콜라스 케이지

  • 입력 1998년 7월 20일 19시 10분


죽어가는 알콜중독자에서부터 천사까지, 영웅적인 FBI요원에서 몹쓸 악당까지.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더 록’ ‘페이스 오프’등으로 한국에서도 수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성격파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34). 액션과 멜로, 선과 악을 오가며 종잡을 수 없는 변화무쌍함을 보여주는 ‘천의 얼굴’이다.

그가 다음달 15일 개봉할 스릴러 영화 ‘스네이크 아이’에서 부패한 경찰 역을 맡았다. 야한 옷차림에 특유의 광기어린 표정, 건들거리는 태도는 영락없이 타락한 형사 그대로다.

1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네이크 아이’배급사인 브에나 비스타 주선으로 마련된 인터뷰장에도 그는 건들건들 걸어 들어왔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그는 생각이 많은 눈빛으로 천천히 이야기하는 신중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말을 마친뒤 눈을 내리깐채 앉아있는 모습은 마치 얌전한 모범생같기도 했다.

―말이 느린데 빠른 속도의 대사를 소화하느라 힘들었겠다.

“정말 그랬다. 특히 살인사건까지 빠른 속도로 전개된 초반 20분이 힘들었다. 감독(브라이언 드 팔마)이 대사를 속사포처럼 퍼붓는 30년대 영화같은 스타일을 원했기 때문에 느린 말투를 교정하느라 하루 종일 연습해야 했다.”

―‘스네이크 아이’에서의 연기에 대해 설명한다면.

“내가 연기한 릭 샌토로는 부패한 경찰이지만 점점 영웅적인 캐릭터로 바뀐다. 이전에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역할이다. 서른살이 넘은뒤 ‘페이스 오프’를 제외하고 이만큼 에너지를 투여해 캐릭터를 만든 적이 없다. ‘아리조나 유괴사건’(87년) ‘광란의 사랑’(90년)에 출연했던 20대때의 에너지를 이번에 다 발산했다. 실제 성격이 릭 샌토로와 닮았느냐고? 제발 안그랬으면 좋겠다.”

브라이언 드 팔마감독은 그를 “어떤 연기라도 해낼 수 있는 특별한 배우”라고 평가했다. 자신의 생각은 어떨까. 재능을 자평해보라는 질문에 그는 지나치게 겸손하지도, 자만하지도 않았다.

“재능은 갖고 태어나는 것이지만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지금까지 능력을 끊임없이 다듬어왔다. 지금은 배우로서 연기가 무르익어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는 자신의 연기가 한 단계 발전한 전환점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탄 ‘라스베가스를 떠나며’(95년)와 ‘더 록’(96년)을 꼽았다.

“‘라스베가스…’는 그때까지의 연기를 종합해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특별한 경험이었고 ‘더 록’은 많은 사람들이 나를 더 큰 배우로 받아들여주는 계기가 됐다. 둘 중 어느 한 쪽 장르를 선호하지는 않는다. 모든 장르의 영화를 섭렵하는 것이 내 꿈이다.”

본명은 니콜라스 코폴라. ‘대부’를 만든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그의 삼촌이다. 삼촌의 후광을 업고 일하기 싫어 초창기 시절, 만화 주인공 이름인 루크 케이지를 본따 성을 케이지로 바꿨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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