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흔의 눈, 코, 입에 대해서는 뭐라고 딱히 할 말이 없다. 전체적으로 둥근 느낌이다. 특별한 점이 있다면 눈을 약간 그늘져 보이게 하는 긴 속눈썹과 시선의 향방을 어지럽히는 눈 밑의 제법 큰 눈물점이다. 눈에 뜨이게 예쁘지는 않은 얼굴이었지만 웃을 때는 사람의 마음을 감아들이는 매력이 있었다. 특히 활짝 웃을 때는 얼굴 아래서 아주 어린 계집아이의 무구하고 사랑스러운 표정이 갑작스럽게 솟구쳐 얼굴을 바꾸어 놓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면 나는 늘 어리둥절하고 완전히 무방비하게 그녀에게 빠져버리곤했다. 그러나 미흔이 거리낌없이 활짝 웃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들었다. 그리고 8년 동안의 마지막 몇 년엔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미흔이 좋아하는 일은 잠자는 것과 집안의 욕조에서 목욕하는 짓이었다. 짓이라고 하는 건 그녀가 너무 해작거리며 오래 오래 물이 넘치는 욕조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몇 번인가 그녀가 욕조 속에 있을 때, 문을 열고 들어가 변기에 걸터앉거나 곁에 서서 오줌을 누었던 기억이 있다.
그럴 때도 미흔은 초연했다. 기껏해야 눈을 감은 채 팔을 더듬어 마른 쑥이나 다시마를 넣은 망 주머니를 물에서 꺼내 창백하고 반듯한 이마 위에 올려놓는 정도였다. 나는 짙은 쑥 냄새가 나고 습기가 가득한 그곳에서 한 손엔 담배를 쥐고 입으로는 연기를 내뿜으며 초조한 마음으로 자주 물을 내리면서 볼 일을 보아야 했다.
그리고 미흔의 낮잠…. 그것은 의사가 일종의 병이라고 진단했을 정도로 심각했다. 아이가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서 그린 엄마의 얼굴도 눈을 감고 잠자는 모습이었다. 언젠가 미흔이 말하기를 자신은 물고기 성좌이고 나는 게의 성좌라고 했다. 그녀는 태어날 때, 유폐와 몽상과 자유에 대한 환상을 가진 별자리에 속해 있었고, 나는 모성적이고 정의로우며 현실적인 별 자리에 속해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별자리 따윈 모른다. 별자리라니 너무나 소녀 취향이다.
나는 별자리를 비롯해, 미흔이 말했던 것에 대해 거의 전부를 이해하지 못한 채 지나쳤다. 말하자면 내게 입력되지 않았다. 미흔은 늘 내가 알지 못하는 것에 관해 중얼거렸고, 사전 지식이나 흥미가 없었던 나로선 흘려듣기 마련이었다. 말하자면 코드가 맞지 않았다.
우리는 8년 동안 부부였고 한 아이의 부모였으나 무수한 층을 가진 커다란 파이 속의 벌레처럼 다른 결 속에서 따로따로 산 기분이다. 그러니 미흔이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았는지 무엇을 느끼고, 어떤 기억을 가졌는지, 하루에 낮잠은 얼마나 잤고, 밤에는 무슨 꿈을 꾸었는지 지금 와서 이해하거나 상상하기란 완벽하게 불가능하다.
밤늦게 식탁에 앉아 아이의 그림 조각 맞추기를 하고 있던 미흔,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을 단 한 번도 웃지 않고 멍하니 보고 있던 미흔, 내 곁에 실려가다가 느닷없이 차창을 내리고 팔을 밖으로 죽 내밀며 누군가 목이라도 조른 듯이 힘겨운 숨을 내쉬던 미흔, 웃을 때나 울 때는 조그만 여자애 같았던 미흔, 바람이 난 여자였던 미흔….
처음부터 그런 여자는 아니었다. 절대로 아니었다.
<글: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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