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문제 발단의 근본 책임은 러시아에 있다. 당초 러시아당국은 조성우(趙成禹)참사관의 활동을 무슨 범행처럼 언론에 사전 공개하더니 우리와는 아무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방조치를 취했다. 외교관에 관한 빈 협약과 외교관례를 무시했다. 그 후에도 러시아는 계속 강압적 태도였다. 그쪽이 그렇게 나오는데 분노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겠는가. 외교적인 문제는 외교적으로 조용히 해결해야 옳다.
▼우리 정부의 대응도 한심했다. 주무부서인 외교통상부와 정보당국간의 업무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보관련 외교관이라고 해서 정보당국이 앞에 나서서는 안된다. 국가간의 관계에서는 어디까지나 외교통상부가 창구다. 그런데도 외교통상부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리 내부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보관련 외교관을 같은 수로 두자는 러시아측 요구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겠는가.
▼러시아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나라다. 더 이상 양국관계가 벌어져서는 안된다. 그러나 대등하게 이루어지는 양국관계라야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우리와 러시아간 불화의 근원은 무엇인지, 그리고 왜 러시아가 우리 외교관 추방이라는 돌출 행동을 감행했는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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