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이 다 챙길수 있나?

  • 입력 1998년 7월 23일 19시 27분


전임대통령이 현업에 너무 무심했다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지나치게 사소한 현안까지 챙겨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국정의 큰 흐름을 다루기에도 바쁜 대통령이 장차관이나 그 이하 공무원들이 해야할 일들까지 도맡아 챙기다보니 거기에는 한계가 있고 부작용 또한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미세한 일까지 간여하면 밑의 사람들은 눈치나 보며 일손을 놓게 마련이다. 모든 결정은 으레 위에서 내려질 것이라며 책임질 일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게 된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인데도 대통령의 지시가 있어야만 비로소 움직인다. 일이 잘못되었을 때는 대통령에게 모든 누가 돌아가고 원성이 쌓이게 마련이다.

특히 경제쪽이 그렇다. 물론 작금의 상황에서 대통령의 관심이 경제에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너무 자주 앞에 나선다는 비판은 흘려 들을 일이 아니다. 초장부터 대통령이 앞에 나섰던 대기업간 빅딜의 경우 당초안은 이미 물건너 갔다. 자율에 맡겨 달라던 김우중(金宇中)전경련회장대행은 23일의 국민회의 정치포럼에서 구체안을 내지 않아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던져 주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퇴출기업 명단까지 챙겼던 기업 구조조정때도 막상 발표된 내용에는 소문난 부실 재벌계열사들이 빠져 실망스럽다는 여론이다. 대통령의 개입이 무색해진 사례들이다.

퇴출된 동화은행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금융구조조정은 꼭 필요하고 원칙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동화은행의 폐쇄에 따른 이북5도 실향민들의 원성이 기준선정에 간여했던 대통령에게 고스란히 집중되고 있다. 어려워진 은행을 살리려고 1백20만 실향민 주주들이 3천억원 가까운 돈을 모아 증자를 추진하는 중에 은행이 퇴출당했기 때문이다. ‘통일여비’라며 푼돈을 모아 은행을 세웠던 실향민들은 휴지조각으로 변한 주식을 놓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 일로 실향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는 금이 갔다.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특히 경제에 관한 한 산적한 현안을 대통령이 일일이 혼자 파악하고 대안을 결정하기는 불가능하다. 그 결정이 매번 성공할 수도 없다. 경제정책을 종합적으로 총괄조정하는 기능의 정부조직을 만들어 그 역할을 대신토록 해야 한다. 이 조직의 참모들이 정책을 한번 걸러 대통령이 큰 흐름의 결정을 내리도록 하면 시행착오도 줄 것이다.

본란에서 누차 촉구했지만 경제분야에서만이라도 부총리제의 부활이 요구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사소한 사안에까지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가 일이 잘못될 경우 그로 인한 대통령의 권위손상은 곧 국민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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