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핫라인은 동서 냉전의 퓨즈와 같은 역할을 했다. 66년에는 프랑스와 소련, 67년에는 영국과 소련간에도 핫라인이 설치되는 등 강대국들 사이에는 핫라인을 통한 정상간의 은밀한 접촉이 활발히 이뤄졌다. 최근에는 클린턴미국대통령과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이 핫라인을 통해 인도 파키스탄의 핵실험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우리도 미국 일본 등 우방과 핫라인을 갖고 있다.
▼청와대와 크렘린궁간의 핫라인도 머지않아 본격 가동될 모양이다. 작년 7월 핫라인설치협정에 서명한 두나라는 그동안 시험통화는 계속해 왔으나 정상간에 직접 통화가 이뤄진 적은 아직 한번도 없었다. 우리와 러시아 실무자들 사이에는 지금 이 핫라인의 비화 장치를 위한 협상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단순한 보안문제와 관련된 협상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요즈음은 대통령도 필요하면 당장 집무실의 전화기를 들고 이웃나라 정상을 찾아야 한다. 그만큼 세계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와 러시아는 외교관추방사건으로 한동안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어떻게 하든 서로 도와야 할 입장이다. 청와대와 크렘린궁 사이의 핫라인은 두나라 간의 현안해결은 물론 국제적인 협력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다.
남찬순<논설위원〉chans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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