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송동월/휴가계획을 바꾸며…

  • 입력 1998년 7월 26일 20시 19분


“이번에는 좀 그럴듯한 곳으로 놀러 가요.”

휴가 날짜를 받고 남편에게 한 말이다.

96년 3월에 결혼한 우리 부부는 바로 아이를 가져 그해 여름 집에서 휴가를 보냈다. 다음해에는 시골에 계신 시부모님을 찾았다. 그래서인지 이번 휴가는 우리 세식구만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편안하게 쉬고 싶었다. 며칠 동안 퇴근뒤 우리 부부는 휴가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남편의 마음 한 구석은 시골에 계신 어머님을 그리고 있었다. 계획을 세웠지만 나의 마음도 편치는 않았다. 자식의 건강과 직장에 대한 염려때문에 자주 전화하시는 어머님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더구나 올 4월에 오랫동안 함께 해온 인생의 동반자를 먼저 보내시고 혼자 외로이 지내시는 어머님께 죄를 짓는 듯한 마음마저 들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내일은 기차표를 예매하러 가야겠다. 시댁 어머님도 뵙고 시댁에서 가까운 곳에 사시는 친정 부모님도 찾아 뵈어야겠다. 수현이 재롱도 보여드리고 여름밤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더위를 쫓아야지.

송동월(서울 도봉구 창5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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