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엿보기]한전 「사무라이 본드」 日서 화제

  • 입력 1998년 7월 28일 19시 27분


한국전력이 8월중 일본에서 1백억엔 이상의 엔화표시 채권을 발행한다는 소식이다.

이처럼 외국인이 일본 시장에서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을 ‘사무라이 본드’라 부른다. 뉴욕시장에서 발행되는 채권은 양키 본드, 런던이나 프랑크푸르트에서 발행되는 것은 유러 본드라고 한다.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발행하는 채권은 뭐라고 할까.

‘타이거 본드’다. ‘호돌이’를 마스코트로 사용한 서울올림픽 이후 국제 투자자들의 투자가 급증하면서 만들어진 용어다.

한전의 사무라이 본드는 일본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발행조건이 재미있기 때문이다.

만기 3년짜리인 이 채권은 채권 신용등급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언제든지 한전에 “채권을 되사달라”고 요구할 권리를 갖는다. 신용등급이 하락해 채권값이 떨어져도 손해보지 않도록 안전판을 마련한 것. 대신 발행자인 한전은 대외신용이 떨어질 경우 채권을 되사야 하는 자금부담까지 추가로 떠맡기 때문에 매우 불리하다.

이처럼 조건에 따라 기존의 거래를 무를 수 있는 권리(옵션)를 붙이는 것을 ‘옵션 거래’라 한다. 발행자에게 무를 권리를 주는 것을 ‘콜 옵션’, 매입자에게 권리를 주는 것을 ‘풋 옵션’이라고 하는데 한전의 채권은 ‘풋 옵션’에 속한다.

한전의 채권은 특히 환율이나 금리의 변동이 아니라 신용의 변동에 옵션을 붙였다는 특징이 있다. 이같은 ‘크레디트 풋’ 조항은 양키 본드나 유러 본드에서 간혹 등장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에서는 처음이다. 우리도 다양한 금융기법을 구사하게 됐다며 좋아해야 할까, 아니면 나라가 어려우니 별것을 다 양보하게 됐다고 슬퍼해야 할까.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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