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상속은 대개 자녀들의 입장에 따라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대립한다.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워 부모를 모시기는 꺼리면서 재산상속은 가급적 많이 받으려는 게 오늘날의 세태다. 그런 상황에서 노인들은 기댈 곳이 없어 소외감을 안고 쓸쓸히 여생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늙은 것이 죄’라는 노인들의 자조가 가슴을 저미게 하는 현실이다. 효도상속제는 이처럼 점점 희박해지는 효(孝)사상을 법의 힘을 빌려서나마 살려보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효도상속제가 돈으로 효를 사게 하는 풍토를 조장하고 형제간의 재산다툼을 부채질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효도는 부모에 대한 자식의 당연한 도리이며 조건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추운 겨울 아버지가 외출하기 전 신발을 가슴에 안아 따뜻하게 해놓았다는 등 옛 선조들의 효도이야기는 이제 동화책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재산상속제로 효도를 되살리겠다는 것 자체가 실은 조상들에게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법무부가 제안한 효도상속제는 부모를 위해 비용을 많이 부담하는 자녀에게 상응하는 혜택을 주자는 일종의 인센티브제도라 할 수 있다. 어느 측면에선 합리적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것은 물려줄 재산이 있는 부모의 경우에 해당한다. 재력이 없는 부모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재력이 약한 부모를 부양하는 자녀에게 각종 세제상 혜택을 늘려주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대안은 그래서 설득력이 있다. 효도는 무조건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유인책이 없으면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 노인복지대책을 꾸준히 확충해 노인들의 생활불안을 덜어주는 것 또한 정부의 몫이다.
효도상속제는 부모의 유언이나 자녀들의 합의가 없을 경우에 적용되는 제도에 불과하다. 법과 제도에 의한 효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급격한 산업화로 사회구조와 생활양식이 전통사회와 크게 달라진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효도상속제가 효를 숭상하는 사회적 기풍을 살리는 하나의 계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교육적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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