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로 인해 거대한 강처럼 변해버린 죽음의 마을. 현금운송용 방탄트럭을 모는 초보운전자 톰(크리스찬 슬레이터 분)이 3백만달러를 싣고 가다 갑자기 범람한 강물 때문에 길 한복판에 갇힌다. 재난 속에 뚜렷히 부각되는 것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 이 영화에서는 절대 선인도, 절대 악한도 없다. 보안관 뱃지를 물속에 던져버리고 돈을 뺏으려 달려드는 보안관 앞에선 톰과 갱두목(모건 프리만)이 한편이 된다. “도와줘서 고맙다”는 톰의 인사에 “돈을 찾기위해 그랬을 뿐”이라는 두목.
올여름 할리우드 대작들의 공통점은 사람 대신 특수효과(SFX)가 스타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점. 그러나‘하드레인’은 고지식하다. 실제로 축구장 다섯 개 크기의 격납고에 금속벽을 쌓은뒤 5백만 갤론의 물을 쏟아붓고 ‘사실적으로’ 찍었다.
영화에서는 3백만달러를 뺏기 위해 목숨건 싸움을 벌이지만 현실에서는 무려 4백만달러에 이 영화를 사들인 동아수출공사가 눈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김순덕기자〉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