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식구가 방문했다 하자. 한편으로는 신경쓰이고 부담스럽지만 그런대로 정성스럽게 음식을 장만한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준비가 안 된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한다. 화가 난 아내는 그냥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린다. 모처럼 친족 앞에서 폼 좀 잡아보고 싶었던 남편은 머쓱해지고 화가 나서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집 식구들과 나가버린다.
다음 수순은 당연히 서로에 대한 비난으로 가득찬 싸움의 시작. 그런 과정이 되풀이되다 보면 결국 나중에는 ‘어떻게 복수할까’하는 마음만 남는다. 남편은 회사일을 핑계로 점점 더 밖으로 돌고 아내는 남편이 하자는 일은 사사건건 반대. 심지어는 부부관계도 거부하는 악순환의 반복. 그것도 지겨워지면 몸은 같이 있지만 마음은 따로인 감정적 별거상태에 이르고 만다.
이런 상태는 두 사람 사이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 생활에서도 활력이 사라지게 만든다. 거기까지 가기 전에 혹시 내가 던진 부메랑이 다시 내게 돌아온 것이 아닌지 자기 성찰을 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렇다면 부메랑을 던진 쪽에서 먼저 서슴없이 사과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진정한 용기가 아니겠는가.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