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처녀는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무당이 부르는 노래에 맞추어 온 몸을 떨며 광란의 춤을 추다가 그만 맥을 놓아버리고 쓰러졌다. 낙타를 팔러 가는 사막 길은 가는데 두 달, 돌아오는데 두 달이 걸린다. 60도의 고열과 뜨겁고 건조한 모래바람을 가르고 가는 길이다.
다음 날 한낮에 깨어난 어린 처녀는 병이 나았는지 아니면 완전히 미쳐버렸는지 집 앞에 나와 약혼자가 돌아올 길을 향해 고적하게 앉아 있었다. 아직 솜털이 보송한 볼록한 뺨과 단 하나도 상하지 않은 새하얀 치아, 낙타 같이 숭고한 눈빛… 숭고함이란 받아들임이라는 것을 가르치는 눈이었다. 6년 간의 가뭄을 신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60도의 고열을 받아들이고 건조한 모래 바람을 제 인생 속에 받아들인다. 그리고 약혼자가 영영 돌아오지 않아도 그 처녀는 받아들일 것이었다.
문득 돌아보니 미흔의 무표정한 눈 속에서 눈물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내 눈이 커다랗게 열리고 얼굴이 뻣뻣해졌다. 내가 본 것을 안 미흔은 프로그램이 끝나지 않았는데도 스르르 일어서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도 텔레비전을 끄고 양치질을 하고 얼굴과 발을 씻은 뒤 미흔의 곁에 가서 누웠다. 무슨 말인가를 하고 싶었다. 그런 날은 미흔이 대답을 해줄 것도 같았다. 미흔이 내 앞에서 자기 감정의 누수를 일으킨 것은 거의 2년 만이었다. 2년전.
그 일을 생각하니 가슴 한가운데가 저릿해졌다.
―왜 울었니?
―……
―슬펐니?
―……
나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소용없구나, 하고 일어서려는데 미흔이 목 매인 소리로 말했다.
―한 남자를 사랑하면서 살고 싶었어.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 사막에 사는 여자처럼 그 속에서 모든 것을 받아들이겠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이제 그게 안돼…. 난 이제 예전처럼 너를 사랑할 수 없어. 너를 사랑할 수가 없어 진 거야.
미흔은 자신의 몸 가운데를 눌렀다. 미흔은 한손으로 가슴을 누른 채 천장을 향해 반듯하게 누워 계속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미흔의 눈이 깊숙한 곳으로부터 빛났다.
―왜 울었느냐고… 텔레비전을 보는 내내 그때 일을 생각했어. 그 날 일을 다시 생각한 건 처음이야. 그 날 후로 난 생각따위는 하지 않았으니까.
그 순간 마음이 옥죄어 왔다. 내 가슴을 드릴이 소리도 없이 뚫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때 나는 직관적으로 알았는지도 모른다. 미흔이 살기 위해 자신의 꼬리에 불을 붙이고, 지금까지 그랬듯이 또 다르게 극단적으로 내달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2년이나 지난 일이다. 그 즈음은 내 인생에서 가장 일을 많이 했던 때였다. 직장을 그만두고 인쇄 편집 사무실을 낼 때, 대부분의 기기들을 리스로 샀기에 다달이 돈을 갚느라 허덕인 때이기도 했다. 그리고 인쇄물들을 제 날짜에 맞추기 위해서 한 달에 서너 번은 사무실에서 밤을 새워야 했고 휴일이면 텔레비전을 보다가 소파 위에서 잠을 자야했던 때.
(글:전경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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