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로서는 이와 관련해 ‘인권을 보장하면서도 안보도 지킬 수 있는’ 방향으로 수개월에 걸쳐 신중히 검토 논의한 끝에 24일 법무부령을 개정했던 것이다. 공안정책의 중대한 변화에 관한 일부 논란에 대해 법무부장관으로서 대답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 양심의 자유 침해때문 ▼
사상전향제를 폐지한 이유는 첫째로 그것이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서 독자적으로 윤리적 가치판단과 정치적 사상 등을 형성하고 보유할 양심의 자유를 가지며 사상을 보유할 자유를 인정하므로 사상의 포기를 외부에 표명하도록 강제당하지 않을 자유, 이른바 ‘침묵의 자유’도 양심의 자유에 포함된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학자들은 2차세계대전 당시 일제가 기독교 신자들에게 신앙 포기를 외부에 표명하도록 ‘십자가 밟기’를 강요한 것을 ‘침묵의 자유’ 침해 사례로 들고 있다.
사상전향제는 사상범들에 대해 ‘내심의 사상’에 대해 전향서를 쓰는 형태로 포기하는 것을 외부에 표명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거부할 때 교도소 내에서의 처우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양심 보유의 자유’‘침묵의 자유’를 침해함을 부인하기 어렵다.
둘째, 사상전향제는 인권국가로서의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해 왔다. ‘유엔 인권위’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인권단체들은 지속적으로 한국의 사상전향제를 비인도적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셋째, 사상전향제는 위헌적 제도라는 비판과 국가의 이미지 실추를 감수해가면서까지 유지해야 할 실효성이 없다. 사상의 전향은 사람 마음속의 일로서 강요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진실성 여부를 외부에서 알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넷째, 사상전향제의 폐지로 안보에 허점이 생길 것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걱정이다. ‘준법서약제도’에 의해 출소 후 외부적 행동을 법의 테두리 내에서 하겠다는 약속을 받게 되며 중요한 사상범죄에 대해서는 ‘보안관찰법’에 의해 관찰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한편 법무부가 준법서약제도를 도입한 것은 사상범 석방후 재범을 막기 위한 것이다.
형의 집행을 맡은 법무부로서는 재판에 의해 확정된 형을 단축해 조기석방하려 할 때 최소한 석방후 재범의 개연성을 확인해야 할 직무상의 책임이 있다. 이는 법질서가 지켜지기를 희망하는 국민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재야 일부에서는 준법서약도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제도로서 사상전향제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상전향제는 내심에 있는 사상의 포기를 요구하기 때문에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나 준법서약제도는 내심이 아닌 외부적 행동을 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으로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준법의 거부(拒否)가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경우에는 준법서약을 강제하는 것 또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한다.
그러나 양심의 자유는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외부적 행동의 자유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내외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리 대법원도 양심상의 결정에 따른 준법의 거부, 세칭 ‘집총거부사건’에 유죄를 선고하면서 “소위 양심상의 결정은 헌법 제19조에서 보장한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는 일관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준법서약 강제 안해 ▼
더구나 법무부가 도입한 준법서약제도는 서약을 강제하는 제도가 아니다.
준법서약을 할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다.
준법서약이 사면 가석방 등 특혜를 부여할 때 참작 사유가 되는 것은 우리 형법의 일반 원칙에 따른 것이며 별도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준법서약제도에 대한 비판은 옳은 방향에 서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정부가 일제때부터 장장 60여년간 유지해온 사상전향제를 폐지하고 준법서약제도를 도입한 것은 인권을 보장하면서 안보를 지키고자 하는 ‘신(新)공안정책’의 일환이다.
우리는 이러한 정책만이 항구적이고 진정한 안보를 구축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비록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해도 우리는 이 길을 갈 것이다.
박상천<법무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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