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야는 치열한 득표전을 벌여왔다. 원내 소수당이지만 정권을 잡은 연립여당으로서도, 정권을 잃었지만 원내 다수당인 야당으로서도 정국주도권과 체면이 걸렸기 때문에 의장은 양보할 수 없는 처지일 것이다. 게다가 여야 모두 재적의원 과반수 득표를 장담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런 만큼 의장선출 결과는 여야의 향후 위상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의장선출에 대한 여야의 민감한 태도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야당이 의장선거에서 패배하면 부의장 선거를 거부하겠다느니, 의원직을 총사퇴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잘못이다. 본란은 자유투표에 의한 의장선출을 일찍부터 일관되게 제안해 왔지만, 정치권에서 이것을 먼저 수용하고 여당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 쪽은 바로 야당이었다. 그런 터에 결과가 마음에 안 들면 승복하지 않고 다른 일을 꾸미겠다는 것은 상식에도, 민주주의 기본원칙에도 맞지않는다. 야당은 어떤 경우에도 선거결과에 깨끗이 승복해야 한다.
여당도 야당이 왜 저렇게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지 헤아릴 필요가 있다. 야당 주장처럼 ‘야당파괴’를 위한 협박이나 약점잡기 같은 행태가 있었다면, 그것 또한 정치발전에 역행하는 처사다. 그러잖아도 정치권 사정(司正)이 의장선출을 겨냥한 야당압박용이 아니냐고 야당은 주장하고 있다. 만일 그런 의심을 살 만한 일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정치권 개혁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그 효과도 반감시킬 것이다.
그 어떤 이유에서든 의장단 선출이 잡음을 남기거나 국회정상화를 늦추게 해서는 안된다. 여야는 정정당당하게 의장선출에 임하고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본란이 수없이 지적했듯이 국회공백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 국회에는 경제개혁과 민생보호에 관한 법안 등 2백65건이 몇달째 계류돼 있고, 이것이 개혁의 발목을 잡아왔다. 오늘을 기해 국회를 소생시키고 국정현안을 시급히 처리토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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