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홍은택/클린턴 「레임덕」 빠지나

  • 입력 1998년 8월 2일 20시 12분


지난 6개월 동안 미국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가 나와 성혁명을 일으켰으며 전설적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가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도 워싱턴은 지금 1월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6개월 전으로 되돌아간 분위기다.

1월19일 빌 클린턴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섹스스캔들이 터졌을 때 미 언론들은 당장 대통령이 사임할 것 같은 분위기를 연일 전했다.

그후 잠잠하다가 르윈스키가 입을 열면서 다시 시작된 미 언론들의 흥분은 과거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동안 신문의 머릿기사를 장식하던 사회보장제도 개혁이나 의료보험법의 개정처럼 미국인의 생활에 직결되는 이슈와 일본 경제위기 등 주요 기사들이 뒷전에 처졌다.

방송들은 하루에도 몇차례씩 클린턴 섹스스캔들에 대한 온갖 새로운 소식을 쏟아내고 있다. 들리는 건 모두 사실인 것처럼 말이다.

클린턴대통령에게 남은 재임기간은 29개월. 스캔들로 만신창이가 된 그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큰 관심사로 등장했다. “버티는데는 한계가 있다. 버틸 수 있다고 해도 그런 방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최근 사설에서 클린턴대통령에게 “과거에 위증한 것이 있다면 솔직히 뉘우치고 국민앞에 속죄함으로써 하루빨리 생산적인 일을 남길 수 있는 평상으로 돌아가자”고 제의했을 정도다.

클린턴대통령도 1일 “17일 정직하게 증언하겠다”면서 “내 증언으로 이 사건이 마무리 되길 바란다”고 했다. ‘레임덕’에 빠져드는 분위기를 이제 그는 읽은 것 같다.

홍은택<워싱턴특파원>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