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25시]못버리는 일본의 「외국인선수 이지메」

  • 입력 1998년 8월 2일 20시 30분


국내에도 소개된 영화 ‘미스터 베이스볼’은 일본 주니치 드래건스에 입단한 한 미국 프로야구선수의 얘기다.

명문 뉴욕 양키스에서 한때 날렸던 왼손 강타자였지만 무릎부상으로 ‘메이저리그 퇴물’이 된 주인공은 일본땅을 밟자마자 좌충우돌한다.

낯선 땅, 낯선 말, 눕기조차 힘든 좁은 침대, 구타를 서슴지 않는 감독, 여기에 처음 겪는 놀라운 변화구 슈트까지….

결국 불만이 쌓인 주인공은 경기중 상대 선수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사고를 치고 만다.

영화에서와 같은 불상사가 지난달 31일 일본프로야구에서 벌어졌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에이스 발비노 갈베스.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0대5로 뒤진 6회말 쓰보이에게 홈런을 맞은 뒤 마운드를 내려오던 그는 심판에게 공을 집어던지고 이를 말리는 동료선수들에게 폭행을 했다.

이유는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선언하지 않았다는 것. 이에 센트럴리그는 그에게 올시즌 잔여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내렸고 요미우리 구단은 즉각 귀국조치를 시켰다.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경기장내 난동이지만 이를 지켜보는 기자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하다.

일본인들이 외국인 용병선수를 일컫는 ‘가이진’중에는 우리 선수들도 끼여 있다. 과연 일본의 스타선수가 이런 불상사를 일으켰을 때도 이처럼 제재를 받을 것인지 의심스럽다.

지난번 올스타 인기투표때 줄곧 선두를 달리던 요미우리의 조성민과 주니치의 이종범이 막판에 역전을 당했다. 일본인들의 ‘이지메(몰매) 증후군’은 우리 선수에게도 예외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 보여준 것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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