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인司正 이제 시작』

  • 입력 1998년 8월 3일 19시 25분


대통령 지시로 검찰의 정치인사정(司正)이 본격화하자 정치권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검찰은 경성그룹 특혜대출사건 외에 청구 기아 종금사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선정 비리, 새로 드러난 컴퓨터게임 허가 비리 등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정밀검토중이라는 보도다. 청구그룹사건 등의 일부 관련자에 대해서는 이미 물증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소환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같다. 청와대 대변인은 “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해 정치인사정을 공식화했다.

보도된 대로 일부 정치인이 돈을 받은 물증을 확보했다면 여야를 불문하고 소환조사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범죄혐의의 증거가 있다면 그가 누구든 수사의 예외가 될 수 없는 것이 법치국가의 대원칙이다. 본란이 누차 강조했지만 정치인이 받은 돈의 성격이 대가성 뇌물인지, 아니면 정치자금인지 그 판단은 다음 문제다. 현정부는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국민의 정부’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관심의 초점인 정치개혁이 지지부진한데 대해 과거와 뭐가 다르냐는 비판의 소리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정치개혁 없이는 경제회복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작금의 위기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연루된 정치인이 워낙 많아 엄청난 폭발성을 지닌데다 경제쪽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들어 정치인사정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치인사정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사정이 경제회복과 병행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은 자칫하면 ‘개혁반대’로 비칠 수 있다. 오히려 검찰은 성역없는 수사를 통해 정치개혁의 큰 계기와 기틀을 마련해줄 책임이 있다.

경성그룹과 컴퓨터산업중앙회 사건에서 다시 드러났듯이 검찰이 기업비리를 건드렸다 하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정치인이다. 이름조차 생소한 사업에까지 정치인비리가 개입되었다면 보다 큰 기업들은 말할 것도 없다. 정치인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어물쩍 덮고 피해가려는 검찰의 자세는 더이상 안된다. 경성사건만 해도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면 정치인 명단이 공개됐을지 의문이다.

개혁의 핵심은 역시 정치개혁이다. 특히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도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정치인들의 비리불감증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 현정부는 요직을 지낸 수많은 인사들을 감옥에 넣고도 개혁에 실패한 전정권을 거울로 삼아야 한다. 전정권의 사정은 정치보복 이상의 의미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다. 검찰은 공정하고 철저한 수사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기 바란다. 편파수사나 표적수사는 있을 수 없다. 과거정권과의 차별화를 위해서도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된 정치인사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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