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국립공원’에서 이런 참사가 났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위험한 계곡 물가에 마구 텐트를 치는데도 단속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전경보도 울리지 않았고 사후 긴급대응태세도 없었다. 요컨대 관리시스템 부재가 부른 인재(人災)였다. 이러고도 국립공원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많은 현지 주민들과 군인 공무원들이 보인 구조활동이다. 119구조대원들과 소방대원들의 활동도 돋보였다. 이들은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야영객들을 깨워 대피시키거나 물에 휩쓸린 사람을 구하느라 밤을 새웠다. 목숨을 건 구조활동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구조활동 중 희생자가 나왔다.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려다 숨진 이들 의인(義人)이야말로 이 시대의 영웅이다.
▼눈앞의 불의를 보고도 못본 체하거나 신고하기조차 꺼리는 각박한 세상에서 이들의 희생정신은 더욱 빛난다. 이런 사람들이 있기에 그나마 우리 사회가 지탱되고 있는지 모른다. 미국인들은 얼마 전 미국 의사당 총기난사 때 숨진 두 명의 경찰관을 ‘미국의 영웅’으로 극진하게 예우했다. 클린턴대통령은 물론 3부요인이 모두 영결식에 참석, 고인들을 추모했다. 우리도 ‘지리산 의인들’에 대한 국민적 추모가 있어야겠다. 단순히 훈 포장만 주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김차웅 논설위원〉cha4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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