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에서는 동서고금을 통해 보기 드문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지그메 신궤 왕축 부탄 국왕(43)이 통치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했지만 국민은 한사코 국왕의 통치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재위 27년째를 맞는 지그메국왕은 의회격인 국민협의회가 각료 임명권을 갖도록 하는 등 민주주의 도입을 소망하고 있으나 정작 국민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부탄 국민이 이처럼 국왕의 직접통치를 바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정치에 무관심한데다 지그메국왕이 합리적으로 통치하고 있는데다 소탈한 성품으로 국민의 전폭적인 추앙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그메국왕은 재위 기간중 인구 60만명의 소국을 눈부시게 근대화시켰다. 연평균 7%의 경제성장을 이룩하면서 모든 국민이 의료와 교육의 혜택을 무료로 받도록 했다.
부탄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은 4백25달러로 빈약한 수준이긴 하지만 네팔 등 인근 국가들보다는 훨씬 높다.
지그메국왕은 부탄의 고유 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데도 남다른 노력을 보였다. 그는 서양문물의 유입을 막기위해 위성방송 수신기 설치를 금지할 정도로 국수적인 면도 있다. 다만 월드컵 게임 시청을 위해 일부 공공시설에 위성방송 수신기 설치를 허용했을 정도. 부탄국민은 인도와 네팔에서 부패와 혼란이 끊이지 않는 점도 ‘민주주의 때문’이라며 냉소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부탄의 정치 분석가들은 지그메국왕이 권력 이양을 서두는 것은 민주주의 도입을 통해 부탄내 민족 분규를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88년 국경지방의 내전을 피해 네팔의 주민들이 대거 부탄으로 유입되면서 한때 네팔인이부탄의고유종족인드룩파스족보다 많아져 민족분쟁이 발생한 적도 있다. 그러나 국왕 자신은 “국민이 스스로 자치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 도입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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