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배를 실컷 먹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 “과수원하면 참 좋겠다”고 했던 저도 대학에 가야 한다며 고향을 떠났습니다.
올 4월. 발령대기를 무작정 기다리기도 뭣해 다시 찾은 고향. 한창 과수원에서 사과꽃 봉오리를 따느라 바빴지요. ‘사과꽃 향기’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분위기가 있지만 직접 따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진딧물에 친 유황 때문에 눈은 따갑고 재채기는 왜 그리 나던지. 종일 뙤약볕 아래서 일하다 보니 한창 젊은 저도 온 몸이 쑤시고 아팠습니다.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어머니 아버지 생각에 가슴이 아려 옵니다. 사과값이 좋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신문에서 읽었어요. 아무쪼록 제 값을 받아 두분 모두 굽은 허리 펴시고 환히 웃으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고재은(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산3동 후곡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