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해리슨 포드 『용기있는 보통사람 배역 애착』

  • 입력 1998년 8월 5일 19시 51분


‘레이더스’속 인디아나 존스의 유머와 ‘에어포스 원’에서 미국대통령의 카리스마를 동시에 지닌 남자, 해리슨 포드. 그런 남자와 함께라면 올여름 무인도에 떨어져 본들 어떠리?

해리슨 포드를 지난달 29일 하와이 마우이섬의 포시즌호텔에서 만났다. 7월13일 56번째의 생일을 지낸 그는 회색빛이 도는 깊고 푸른 눈에 구리빛으로 탄 얼굴을 하고 있었다.영화 ‘식스 데이 세븐 나잇(Six Days Seven Nights)’에서 50의 나이를 “짱짱하다”고 표현했던 포드는 “일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이먹지 않는 모양”이라며 미소지었다.

전작 ‘에어포스 원’에서 팍스 아메리카나를 외치는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이 영화에서 무인도로 휴가를 다녀온 기분이 어떨까.

“영화는 나 혼자 즐기기 위해서 하는게 아닙니다. 관객이 원하는 것을 서비스하기 위해 나는 늘 새롭고 다양한 영화를 하려고 애쓰죠.”

그의 이미지는 어떤 문제라도 해결해내는 강인함으로 집약된다. 그러나 액션을 연기하면서도 하늘을 나는 슈퍼맨이나 아널드 슈워제네거같은 초인적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지극히 인간적이다. 영웅이 되고 싶은 보통사람들의 꿈을 대변하듯. 실제 성격은 어떠냐는 질문에 포드는 “영화마다 내 성격이 조금씩 배어나온다”고 했다.

“나는 슈퍼 히어로보다는 인간적 결함이 있는 배역을 좋아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용기있게 헤쳐나가는 인물을 연기할 때 기분이 좋아요.”

77년 ‘스타워즈’로 스타덤에 등극하기까지 그도 힘들고 어려운 상황이었다. 어릴땐 겁쟁이여서 악동들에게 시달렸고 리폰대학 졸업무렵엔 품행이 단정치 못하다는 이유로 졸업자격을 박탈당했다. 할리우드에서 주목받지 못한 단역배우로 있으면서 목수일로 생계를 잇기도 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영화에의 집념. 그는 영화가 당신에게 무엇이냐는 물음에 “나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바탕으로 살고 있다. 믿음과 신화, 문화도 모두 이야기에서 나온다. 내가 하는 일은 바로 그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배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와 관련된 일을 할 것은 분명하다.”

‘식스 데이…’의 상대역은 자신이 동성연애자임을 용감하게 밝혀 세상을 놀라게 한 앤 헤이쉬였다. 그녀와 키스를 할 때 찝찝했을 만도 한데 포드는 “앤의 폭넓은 연기력과 폭발적 에너지, 철저한 프로정신에 감탄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다시 맨앞에서 해본 상상으로 돌아가보자. 영화에서처럼 여자와 단둘이 무인도에 떨어진다면 포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그는 껄껄 웃었다. “그건 어떤 여자냐에 달려있지!”

〈마우이(하와이)〓김순덕기자〉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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