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7월 6백여㎜의 폭우로 최악의 수해를 입었던 경기 파주 문산지역 주민들은 또다시 수해가 닥치자 당시의 악몽이 되살아난 듯 이중 공포에 떨었다.
이 일대는 5일 밤부터 3백여㎜의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중심가가 모두 물에 잠겨 기능이 마비되는 등 ‘수중도시’로 변했다.
특히 기습폭우로 광탄면 영장리에서 산사태가 발생했고 곡릉천과 문산천의 제방이 붕괴,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김기철씨(24) 등 2명이 숨지는 등 16명이 사망했고 17명이 실종됐다. 상가 은행 등이 밀집한 파주시 금촌동 금촌역∼금촌사거리 2백50m 구간은 수위가 2m 이상 차오르는 바람에 건물 1층과 지하가 침수, 상가 3백여곳이 초토화됐고 조리면 봉일천리 일대 상가 2백여 곳도 완전히 물에 잠겼다.
주택 4천4백21채가 침수되면서 주민 2천8백여명이 인근 학교 등으로 대피했고 농경지 4천8백19㏊도 침수됐다.
특히 피해지역에는 은행 농협 등 10여개의 금융기관이 몰려있어 컴퓨터와 온라인 단말기, 각종 서류 등이 물에 잠겨 복구에 10여일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봉일천리 일대 영세 상가가 밀집한 재래시장이 침수되는 바람에 영세상인들이 생계의 터전을 잃었다.
D전자 대리점 주인 김모씨(51)는 “가뜩이나 불경기로 장사가 안돼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수천만원의 피해를 보게 됐다. 모든 물건을 잃고 나니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다”며 눈물을 훔쳤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문산간 도로 곳곳이 산사태와 제방붕괴로 유실돼 통행이 두절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파주시 등으로 출근하는 수천여명의 발이 묶였고 일부는 10여㎞ 이상을 걸어서 이동가능한 교통수단을 찾기도 했다.
금촌동에 사는 황종택(黃宗澤·48)씨는 “인근 하천의 제방을 모두 재점검하지 않으면 파주시는 계속 물속에 잠기는 ‘수중도시’가 돼 버릴 것”이라며 근원적인 수해대책을 촉구했다.
〈파주〓박정훈기자〉hun3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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